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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8.10/금)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우울증 환자 읍다>


아침부터 눈이 떠졌다. 아침이라고 누가 벨을 누른 것도 아닌데 말이다.


눈을 떴다고 내게 다 아침은 아니다. 텅 빈 아침, 무거운 아침, 습한 아침.. 이런 날씨에는 무망함이 하루를 삼켜 버린다.


역시 이런 날도 할 말은 많지만 가슴이 거부를 한다.


“ 난 지금 그걸 정리할 에너지가 없어”


그러면 나도 바로 수긍한다.


아들이 금요일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밤에는 고열이 40도까지 올라가고 낮에는 38~39이다. 이 와중에 아무리 말을 해도 안 잔다. 코로나 증상 중에 불면증이 있단다. 오히려 놀고 게임을 한다. 그리고 또 열이 오르면 전신을 닦고 발과 손을 물어 넣고 두피를 닦아준다. 두 시간에 한 번씩

보리차와 이온음료를 번갈아 먹이는 것도 일이다.


병간호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픈 사람도 힘들겠지만 성치 않는 엄마가 삼시세끼 새 밥으로 좋아하는 요리 해주기가 어디 쉬운지 아나.. 경고를 하다 하다 어제는 세 바탕을 치렀다. 한 번은 친구랑 게임을 오래 해서 혼나고, 한 번은 전차를 오래 만들어서 혼나고, 한 번은 레고를 밤 12시에 레고를 펼쳐서 혼났다. 나는 한계에 다다랐다. 내 체력은 바닥인데 넌 언제까지 본능대로 움직일 거니?


놀고 나면 늘 열이 펄펄 끓어 오면서도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그게 그리 안될까? 내 아들이지만 야속했다.


속이 상해 죽는지 알았다.


원래 애가 아파도 엄마가 밤새고, 남편이 아파도 엄마가 밤새고, 부부가 아파도 부인이 밥을 차리게 되어 있다. 남편은 누워서 끙끙 앓기만 하면 된다. 애는 둘이 된다. 한 명은 앓고 짜증 내는 큰 아들, 하나는 말 안 듣고 놀 궁리만 하는 아들


낮애는 애 보느라 못 자지 밥에는 끙끙 앓아서 두 시간마다 약 교차해서 먹이느라 못 자지 몸 닦아 주느라 못 자지.. 나도 거의 못 잔 지 일주일은 되겠다.


지금 나는 우울증 환자도 아니고, 신경통도 없어야 한다. 유일하게 코로나 양성 환자도 아니어야 한다. 이 서글픈 맘을 표현할 길이

없다. 모든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시다. 이 인생을 어찌 평생 하셨을까? 매일 간식과 식재료를 주문하고 다듬고 하루 새끼를 차리고 물을 끓이는 일반주부보다 환자가 셋이나 있는 집일 뿐이다.


내가 너무 어지러워 보이니 코로나 병원에서 베드에 누워보라고 했다. 바로 의사 선생님이 나오셔서 숨소리와 동공 검사를 하셨다. 집에 가실 때 진짜 조심하시라고 했다. 잘 못하시면 머리 부딪히신다고..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집에 오면 난 제일 할 일 많은 아줌마인 것을..


온 가족이 아플 때가 내가 가장 힘들 때다.


내 몸이 사라지니깐…


거기다 오늘은 편두통 병원도 가야는

디…

우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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