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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9.9/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잘 버틴 일주일>


오늘 컨디션은 햄버거가 따로 없다. 이렇게 시간마다 통증도 부위도 다 다를 수가 없다. 여러 날의 무리가 쌓여 오늘이 된 거 같다.


온종일 동물이란 동물 흉내는 다 낸 거 같다. 특히 오전에는 뱀처럼 똬리를 틀고 꿈울텅을 반나절 해댔다. 사실 현실적으로는 하나씩 잘 해결돼 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이렇게 많이 아플까?


우울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병이다. 모든 스트레스가 자율신경 부조화로 인한 통증으로 오니 감당하기도 힘들고 보는 사람도 힘든 병이다.


건강검진 며칠 전에는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를 하루에 다 다녀왔다.


정신과 선생님은 약을 줄여보랬더니 내 맘 데로 약을 일주일 끊었다고 얼굴이 앵그리 버드가 되셨다. 한말 또 하고 한말 또 하고... 진짜 무진장 혼나고만 오는 날이었다.


산부인과는 혈액순환이 하나도 안되고 오한에 식은땀이 심하고 안면홍조가 심해 여성호르몬검사를 하러 갔다. 검사결과 치료대상은 아니었지만 수치는 매우 낮게 나왔다. 그래서 그날여성호르몬이 젤 많은 칡즙을 주문했다.


내과는 정신과 옆에 있다. 그래서 편두통 예방치료를 받기 편하다. 큰 내과라서 건강검진도 이곳에서 진행했다.


혈압도 좋고 다 좋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영양제며 식단관리를 한 덕을 봤다.


다리혈관이 튀어나와 내과 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심하진 않지만 하지정맥류 같단다.


"선생님 전 백수고 아파서 하루종일 누워 있는데요"

"서 있는 직업도 아닌데 이런 게 왜 걸려요?"


"네 늙으면 걸립니다"


충격~~ 내가 늙어서 하지정맥류에 걸리는구나!


"이렇게 누르면 아파요?"


"네, 어떨 땐 샤워할 때도 스치면 아파요"


"일단 통증이 있으니 통증약을 드릴게요. 다 드시기 전에 꼭 외과로 가세요"


"네~"


밤에 약을 먹고 두 시간 자다 깼다. 처음 느껴보는 통증에 정신이 나가는지 알았다. 손이 말라가는 느낌과 손부터 팔이 없어지는 느낌에 이상감각 증상이 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니 온몸에 붓기기 조금은 빠져 보였다. 하긴 하루에 800그람 먹는데 뚱뚱한 게 이해가 않됐는데 이게 다 붓기였다니...

아휴 진짜 파란만장한 일주일이었다.아빠는 요양병원에서 난리를 치시고 둘째 이모는 오늘내일하신다. 내 컨디션에 갈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예복을 크린토피아에 맡겼다.


에휴...

이젠 진짜 다 나았는지 알고 잠시 행복한 꿈을 꿈꿨다. 다시 이렇게 아파 질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래도 마음은 좀 의연해졌다.

이젠 '그냥'이 된다.


'또 지나가겠지 하는' 말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나아지는 게 없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나는 매일 매일 꿈을 꾼다.


오늘보다 건강한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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