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9.16/토)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너의 웃는 모습이 좋았다>
비가 내리치는 대전에서 소강상태인 일산으로 동생 커플이 인사를 드린다고 왔다. 결혼은 기정사실이 되었지만 식장에서 얼굴 보는 거는 아니라며 아픈 언니를 만나러 온 것이다.
반가움도 잠시 어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우리 집은 집에서 대접하는 문화인데, 제부네는 외식이 대접인 문화라고 해서 제부네에 맞추기로 했다. 밥을 먹으러 가서도 어찌나 잘 웃고 싹싹한지 내식구로 보여 그런지 행동마다 참 귀하고 고맙게 보였다.
글쎄 제부와 허그를 몇 번이나 했나 기억도 안 난다. 귀한 우리 식구 한 명이 늘어난다니 고맙기가 이루말로 할 수 없었다. 참 든든하고 묵직하고 단단한 사람 같았다. 연약한 내 동생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 같아 보여 내심 마음 한편이 놓이는 구석도 있었다.
둘이 있는 것도 보기 좋고, 입에 숟가락 들어가는 것도 기특하고 이뻐 보였다.
그래. 흰색 위엔 노랑으로 덮는 거지. 이젠 동생이 한결 덜 아파 보여 마음이 놓여 더 좋았다.
세상에 사랑처럼 잔인한 아름다움이 있을까?
사랑의 그림자를 드러내면 이별과 상처, 그리움, 슬픔등은 방을 만든다. 그리곤 평생을 가슴에서 머물며 함께 살지 않은가.
잊는다는 게 과연 진짜 될까?
난 아니라고 본다. 내가 좌표를 옮기고 중요도를 달리 했을 뿐... 나의 관점에선 덮이는 거지 잊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사랑은 쉽게 사귀기도 어렵고 헤어지기도 어려운 아름답고 아주 날카로운 보석 같다.
그래서 난 사랑에 매우 신중하다 생각한다.
동생이 나름 새벽부터 긴장하며 왔는지 점심 먹은 걸 체해서 갔다. 약을 먹여 보냈는데도 저녁에도 체했다는 연락이 왔다. 결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계속 신경 쓰고 챙길게 많고 모든 장기가 긴장하는 일이니 말이다.
비도오지만 낙엽도 떨어지고, 우리 동네는 밤송이도 벌써 떨어진다. 가을도 쉬지 않고 성큼성큼 오고 있다는 말이다. 여름이 신발 한 짝을 아직 안 가져가서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