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9.20/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아프면 아픈데로>


오늘은 종일 비가 오기로 했나 보다. 그 덕에 나도 종일 책만 팠다.


어지럽고 정신이 없어서 몇 번은 까무러졌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읽어냈다. 다 읽고 나니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작가님은 아픈 분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글 전체가 아파 보였다.


그의 혼돈과 통증이 나를 훑고 가듯이 느껴졌다. 문학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환자 본연의 상태를 꾸밈없이 글로 풀어낸 건 처음 봤다.


독서를 하며 기가 빨린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읽다 쉬고 읽다 쉬고를 연거푸 했다.


활자에도 작가의 혼이 베고 향이 남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무서운 책은 처음 봤다.


나는 마치 작가님을 모르나 아는 것 같고, 그의 삶으로 잠시 빨려 들어갔다 겨우 빠져나온 느낌을 받았다. 마지막장을 덮을때 나의 온 진기가 이미 소진됐음을 알고 철퍼덕 누워 버렸다.


책을 덮으며 여러 의문이 들었다.

1. 출판사에서 이 책을 낸 이유는 뭘까?

2. 작가님의 이름은 필명이겠구나.

3. 왜 글은 대중성을 가장 우선시했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글이 생소할 리 없을 텐데.


참 신기하다.


커피는 원두로도 불리고 로스팅해서 블랜딩 한 이름으로도 불린다. 근데 글은 목적 지향성이 뚜렷해야 하고 늘 정제되어야 했다.

그래서 시중에는 이런 색깔이 튀고, 화자시 되기 껄끄러운 주제의 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게 아닌가.


이 글은 프롤로그부터 아프다. 작가님의 의도였다고 하니 아주 잘 전달된 것 같다. 한텀한텀을 읽을 때마다 나는 마치 처음 와본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연속해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고 한 기분이다.


'작가의 아픈 상태를 그대로 활자로 옮겨 담아 온 책'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생경한 감정이다.



휴..

이젠 좀 책의 잔향에서 빠져나와야겠다.

혼미하고 힘이 없다.


이젠 게으름 그만 피고 글을 좀 잘 써야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면 잘 되겠지!

날것의 그것.

ㅎㅎㅎ


유쾌하게 조울증 건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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