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10.9/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시작이 엉켜버린 아침이다. 유연하게 넘어가려 했지만 나의 불안증이 터져 버렸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 아들의 짜증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본능적 분노 같았다.
내 입장에서야 일찍 자라고 해도 안 자고 늦게 잔 게 어디서 성질이냐며 같이 화를 낼 수 있었지만 꾹 참았다.
어찌 된 피곤이든...
온몸을 내리까는 피곤에 무언갈 억지로 수행하는 게 어떤 고통인지 알기 때문이다. 어른도 가끔 감정 컨트롤이 안되지 않는가. 부딪혀 봐야 부싯돌 효과 밖에 더 날까 싶었다.
다만 하교 후 안정적일 때는 말을 해줘야겠다. 순간적으로 부딪히는 부정적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를 느꼈다.
아이는 한바탕 폭풍처럼 태풍을 휩쓸어 버리고 학교로 떠났다. 태풍에 잔해는 내 심장통증으로 전해졌다. 처음에는 불안증이 도지더니 조금 있으니 몇십 초 동안 심장이 터질 듯 조여왔다.
나쁜 시키~
에혀, 자슥 키우는 대가치곤 별일 아닐 텐데, 내가 아파서 패스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곤 금세 잘 도착했으려나 걱정이 됐다. 이리 사랑하기에 엄만 늘 너에게 져주는 거 같다.
안정제를 먹고 누웠는데 정신이 홀릭 상태에 빠졌다.
오후에는 정신과와 내과를 가야 하는데 담당샘 잔소리가 벌써 선하다. 10.6일이 진료일이었는데 또 며칠 늦었으니 분명 혼날 테다.
마음이 허공에 떠 있다.
풍선이라도 달아주어 날아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고 싶은데 움켜쥘 풍선이 없다.
나는 내가 왜 불안한지에 관해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영혜야 뭐가 제일 힘들어?"
"그래, 그런 일이구나.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일에는
너무 연연하지 마. 시간 밖에 해결해 줄 수 없잖아"
"영혜야 뭐가 그렇게 널 불안하게 만들어?"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근데 너의 힘이 닿지 못하는 일이니 너무 깊숙이 이입하지 말자. 너도 살아야 하고, 너의 걱정이 그 일에 아무 도움이 안돼"
난 이렇게 불안에 크기를 축소하려 노력한다. 걱정을 정리해서 글로 쓰면 두세 줄이지만 가슴으로 떠안으면 중력을 거스르는 힘이 있다.
오늘도 담대히 하루를 버티려 한다.
그래 버티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려, 언젠간 올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