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10.10/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어제는 정신과와 내과 두 군데를 다녀왔어요. 병명이야 늘 그렇듯 우울증과 불안장애, 편두통과 빈혈치료로요.
어젠 정신과 슨생님께서 기분이 좋으시더라고요. 정말 좋은 날이었어요. 기분파시거든요. ㅎㅎ. 몸이 아픈 이유를 알려 주셔서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어요. 1년이 넘어서야 말해주신 게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요. 이제라도 알게 되니 속이 시원하더라고요.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어디 보자 6일에 오셨어야 했는데, 3일이나 늦으셨네요?"
"6일은 아파서 못 왔고요. 선생님께서 토요일은 직장인들 와야 하니 웬만하면 오지 말래서 안 왔는데요"
"아, 그래도 약이 3일이나 떨어졌을 땐 토요일도 오셔도 됩니다. 아셨죠?"
"넵 ㅎㅎ"
"그동안 어떠셨어요?"
"네, 뭐 아팠다가 잘 지냈다가 했습니다. ㅎㅎ"
"그래요? 잠은 요즘 어떠세요?"
"잠은 하루에 세 번을 잔 적도 있고요. 아프니깐 종일 잘 때도 있었어요. 깔아진 거죠. 과호흡 횟수가 늘어나면서 신경통이 더 심해졌어요. 그러니깐 불안한 경우도 더 자주 생기고요."
"음~"(끄덕끄덕)
"아직 수면이 불안정한 상태군요"
"명절은 어떻게 보냈어요?"
"큰언니가 저 이사 온 집도 볼 겸 병문안도 올 겸 온다고 해서요. 작은언니는 시험 앞두고 있어서 말 못 하고요. 동생만 같이 불렀어요. 저는 오랜만에 큰언니랑 동생과 명절 잘 보냈습니다"
"잘하셨네요. 오랜만에 화목하셨다니"
"아버님한테는 못 가셨고요?"
"네, 저만 빼고 다 요양병원으로 다녀왔어요. 전 숨이 차서 멀어서 못 가고요"
"잘하셨어요. 자매분들 계시니 당분간 아버님 일에는 빠져 계시면 좋죠"
"영혜 씨 요즘 마음은 어때요?"
"가끔 센티하고 죽고 싶은 날도 있는데요. 먹고사는 거 괜찮고 애기 잘 크고, 남편 잘 지내고 별 걱정 없거든요. 근데 몸이 맨날 아파요. 선생님~"
"우울증이 두 가지로 올 수 있어요. 감정으로 오느냐 , 신경통(통증)으로 오느냐"
"감정으로 오는 경우는 쉽게 말해 드라마처럼 창밖 바라보고 세상이 어둡게 보이고 마음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이런 경우고요"
"신경통(통증)으로 오는 경우는 몸이 아프니 그곳에 신경이 가 있느라 우울함을 잊게 되죠. 그러니 영혜 씨처럼 난 괜찮은데 왜 아프냐는 분들이 계신 거죠"
"아~전 신경통으로 온 우울증 환자군요"
"네, 그렇죠"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때문에 여기에 오세요"
"돈 때문에, 아님 인간관계 때문에요"
"돈이 있는 사람들은 유산상속이나 여러 가지 문제로..."
"인간관계가 많이 틀어져서 오세요. 부부관계가 나빠서 오시는 분도 많고 가족관계가 문제인 분들도 많고요"
"돈 때문인 분들도 비슷해요. 사업실패든 시댁, 친정, 형제자매 누군가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어 상실감에 마음이 다치신 분들도 많죠."
"영혜 씨는 두 가지 문제 다 가지고 있으니 힘든 케이스죠. 그래도 세상이 좋아져서 살만한 세상이에요"
"영혜 씨 아직 젊으니 다시 회복하실 수 있고요. 분홍색 불안증약은 하루 세 번 드리지만 두 번으로 줄이셔도 된다는 거 외에는 다른 건 맘대로 하지 마시고요"
"네 ㅎㅎ"
"그래요. 그래도 전 주보단 얼굴이 좋아 보여서 보기 좋네요"
"또 잘 계시다가 2주 후에 뵐게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면담을 끝내고 나오는데 왜 아픈지 이해가 되니 속이 뻥~~~~~~~~~~~~뚫리더라고요.
와~~
이해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진짜 신발에 날개 달린 듯 '랄라라 랄라라'하며 내과로 이동했습니다~~
말 한마디에 이리도 신나는 거 보면 아직도 어린것도 같고.. ㅋㅋ
철들라면 멀었을까요~
어젠 좋은 정보 하나 건진 거로 100점인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