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10.11/수)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인생은 퇴로가 없는 길>


굿모닝~

요즘 유행하는 '올팜'이라는 농작물 경작하는 게임이 있어요. 형부며 언니 동생이 친구추천해서 시작하게 된 건데요. 이 게임이 은근 시간이 꽤 걸리는 게임더라고요. 몇 달 걸려 계란 한번 20알 키워 받았어요. 상품질은 좋더라고요. 예전 다마고찌처럼 온라인에서 밥을 주면 실제 집으로 농작물이 배송되는 거예요. 물론 사용자의 데이터와 시간을 먹고 크겠지요. 암튼 이놈을 기르는데 물을 벌긴 어렵거든요. 물을 버는 방법은 광고를 시청해야 해요. 물을 버는 것보다 새벽 4시부터 증발되기 시작하는 게 더 빨라요. 그래서 웬만하면 새벽 4시에 일어나 물을 다시 수거해야 해요.


이 게임은 인간관계를 먹고 형성되는 네트워크 게임이에요. 거의 다단계 같아요. ㅎㅎ. 암튼 식구들한테 도움이 된다고 하니 같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네시에 일어났더니 다시 잠이 오질 않네요


어제 읽은 책에서 감탄받은 구절이 있었어요.

내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이미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오늘을 마음껏 살고 있다면 내일의 걱정근심을 가불해 쓸 이유가 어디 있는가.

법정 잠엄집 365 [김옥림 지음]


법정 스님의 말씀이죠. 내일 걱정을 가불해 쓸 필요가 정말 없잖아요. 그럼에도 삶은 하루에 뚝딱 결정 나는 일들이 많지 않으니 걱정이란 매듭을 심지 삼아 태우며 살아가게 되더라고요.


'오늘을 제대로 살고 있지 않다'는 말씀은 잘라 생각해 봤는데요. 인간이 오늘만 사는 건 당연하죠. 과거의 잘못을 수정할 수 없더라고요. 그러니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는 거지요. 하지만 잘못이 있으면 용서를 구하고요. 틀린 길이었다면 바른 길을 찾으면 되는 거겠지요. 이렇게 하지 못한 후회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가끔 꿈에도 나오잖아요. 무의식에 각인된 후회와 미련이요. 사람과 사람을 비교할 필요도 없고요. 현재에 머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편두통 치료로 내과를 다니는데요. 제 정신과 진료기록을 보시고는, 내과 샘이 제 어깨를 '팍' 치시며 하시는 말씀이요.

"당장 나와요. 언제까지 백신 고통에서 머무를 건데.. 살아야 할거 아니야.. 친구들 만나요. 체력이 힘들면 우선 전화부터 해. 많아. 환자분 같은 경우 너무 많아. 너무 많아서 그래. 살아야지. 이젠 지금을 살아야지. 그땐 지나갔어요. 아직 젊잖아. 여기 머무르면 안 돼. 여기 머무르면 결론이 안 좋은 분들 너무 많어. 내 말 들어요. 당장 오늘부터 당장 친구한테 전화하고 일상생활로 나와요." (갑자기 나긋나긋)

"이해하셨죠" (응.. 어깨 토닥토닥이며 살아야지)


이때 의사 선생님이 토끼눈을 하고 어깨까지 치시며 강하게 말씀하시고, 또 토닥이며 혼잣말로 '응, 살아야지'이 말이 뇌리에서 잊히질 않아요.


아마 법정스님과 같은 말씀을 하셨던 거 같아요. 이렇게 삶은 과거가 어떻게 되었던 퇴로가 없습니다. 현재에 존재하는 길은 내가 나를 자각하며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는 일뿐인 거 같아요.


삶이 오늘을 준 이상, 주어진 오늘만큼 다시 살라는 스님의 말씀으로 채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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