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10.12/목)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by 이음

​<우울증_철분제의 힘>


굿모닝~

너무 일찍 일어난 거 같은데.. 일찍 잔 터라, 달리 방법이 없네요. 어떤 책에서 그러는데 하루에 최소한 2시간의 책을 읽고 2시간의 글을 쓰라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어제는 컨디션이 허락해서 둘 다 할 수 있었습니다. 전 이런 작은 거라도 저와의 약속을 지킬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ㅋㅋㅋ. 약간 변태 같네요.


음, 암튼~

전 지금 정신과와 내과 두 군데를 장기적으로 다니는데요. 내과는 편두통 때문에 갔다가 직장 건강검진까지 받은 상태예요. 거기서 빈혈수치가 치료를 필요함으로 나왔고요. 빈혈은 편두통과 연관이 높으니 꼭 치료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처음엔 훼라민 철분제를 처방받았어요. 그때는 왠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복통이 심하더라고요. 한 삼일정도 복통에 시달리고 설사를 하다가 철분제를 중단했어요. 후유증은 일주일 정도 갔고요. 근데 또 현재 복용 중인 약이 많아 꼭 그게 탈이 났다고 단정 지을 순 없을 거 같아요. 10일 처방을 그리 마치고 이번주 월요일에 병원을 또 갔어요.


"철분제는 어땠어요?"


"전 안 맞아서 복통과 설사 끝에 3일 먹고 중단했어요"


"그럼 어떡해?"


"제가 다른 철분제를 사서 먹어 볼까요?"


"아니, 뭐 그래도 되긴 하는데.. 이게 먹고 변비가 오면 왔지.. 복통에 설사가 오는 약은 아닌데.."

"예전에 철분제 드시고 변비 왔다서, 변 묽어지는 약하고 소화제 다 드렸잖아"


"네.. 그럼 어떡할까요?"


"변 묽어지는 약 동그란 거, 하얀 거 M자 들어간 거 그거 빼고 드셔 보지?"


"네, 그건 처음부터 빼고 먹었고요."


"그럼, 뭐 기름진 거 고기 이런 걸 많이 드셨나?"


"저 고기 잘 안 먹는데요"


"아.. 그럼 어떻허나. 그냥 못 먹는다고 하면 안 되는데"

"빈혈을..."(골똘히 생각하시며 침묵)

"빈혈을 고치셔야 해. 지켜볼 수치가 안된다고"

"그럼 이번엔 약은 똑같이 드릴게. 배가 아프면 소화제를 빼고 드셔 봐"


"네.."


"Ok"

"빈혈 잡아놔야 또 편두통이 오는 확률도 줄이는 거니깐"

"하나씩 치료해 봅시다"

"나가 계시면 약 드릴게요. 나랑 약국에 같이 갑시다"


"네, 감사합니다"


"네"


전 이렇게 다시 철분제를 복용하고 있는데요. '오호'이번엔 괜찮아요. 두통이 여전히 심하긴 한데 뭔가 좀 다르고요. 복통도 없고 소화도 잘 되는 편이에요.


뭣보다 달라진 건 기력이 좀 생기는 거 같은데 이것도 잠시 일어나는 플라시보 현상일까요? 기력이 나니 조금 책도 더 볼 수 있고 글도 더 쓸 수 있고 전보다 훨씬 좋은 거 같아요.


휘발된 제 생각 조각들이 조금씩 돌아와 붙는 느낌이에요. 부디 플라시보 현상이 아니라, 철분의 효능 중에 하나였으면 좋겠어요.


어제는 인도커리에 밥도 한 그릇 비벼 먹었거든요. 식욕도 다시 돌아오는 거 같아요. 통 먹지도 못하고 진짜 삶에 의욕 0%에 가까웠거든요. 법정스님 말씀이 자양분이 되고 철분제가 휘발유가 돼서 이대로 전진하고 싶네요. 제 삶에도 꽉 찬 오늘이 찾아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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