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고 일어났습니다(23.10.16/월)
어느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의 일기
<우울증_A형 독감의 승질머리>
꽃도 꽃마다 향이 다르듯이 질병도 질병마다 증상이 다르다. 거기에 더해 사람별로 두드러지는 증상 또한 다르니 이병이 꼭 이렇다고 정의 지을 순 없다. 다만 임상실험의 평균치를 증상이라 우리는 야기한다. 그러니 예외의 경우도 늘 존재한다는 얘기이다.
이건 생명이라는 축복에 속한 변수일테다.
요 복잡 미묘한 놈이 우리 집을 침투해서 춤을 추고 논다. 다 다른 증상으로 세명을 괴롭히는데 누가 보면 다 다른 질병에 걸렸나 싶을 만큼이다.
첫째. 남편분은 망치로 내리치듯 온몸에 근육통을 호소하신다. 열이 심하게 오르고 편도가 많이 부었으며 식은땀이 많이 나고 자기 조절이 안되게 앓는 소리가 나오신다고 한다. 신음소리로 보아 우리 집은 초상집 저리 가라이다.
둘째. 아이는 기침이 쉴세 없이 나오고 얼굴은 거의 밤고구마처럼 벌겋다. 열이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며 인후두 표피가 모두 벗겨진 것 같다며 목 통증을 심각하게 호소한다. 또한 복통과 설사를 자주 한다.
셋째. 나는 얼굴뼈 해부학을 하듯 조곤조곤 잘근잘근 섬세하게 아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온몸이 이렇게 다 아프다. 기침을 간헐적으로 하며 목이 아프다. 눈이 아프고 미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흉부통증을 느낀다. 두부 압박감을 간헐적으로 느낄 땐 공포감마저 든다. 겉보기에 나는 전혀 환자 같지 않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이 있었다. 약국에서 약을 타는데 항생제가 달라 물어봤더니 약사님이 그러신다.
"엄마분 항생제가 제일 강한 거네요. 제일 아프신가 봐요. 선생님께서 진료 보신 데로 처방해 주신 걸 거예요"
와우~언빌리버블 ^^;
세상에 난 내가 제일 상태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난 연가시처럼 무서운 놈을 만난 숙주였고, 남편과 아들은 홍역이나 나병 같이 액션이 큰 바이러스를 만난 것이었다.
이렇게 보이는 거와 진실은 상반될 때가 있다.
나를 천천히 야금야금 잡아먹는지도 모르는 독감인데도 헤벌레 하고 좋다고 웃고 있었다.
더 웃긴 것은 그걸 알았다고 해서 달라진 상황은 하나도 없다. 그냥 하던 데로 하고 생긴 데로 산다.
내약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난 괜찮은 소득이었다.
나에게 하루란 별거 없다. 하던 일을 하고 , 먹던 걸 먹고, 감사한 일을 생각하고, 끝없이 사랑하고...
늘 히히 웃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