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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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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Oct 17. 2023

목이 너무 아파서 글로 말해요

수필통

저는 지금 a형 독감에 걸렸어요. 하루종일 그런 건 아닌데 유독 저녁만 되면 인후통이 심해지네요.


근데 제가 살짝 변태 가봐요.

조용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식구들에게 말했어요.


"내가 지금 너무 아픈데 짜증이 나요. 괜히 화를 내고 싶지는 않고요. 그러니 티브이는 이어폰을 끼고 봐주면 좋겠어요. 안 보면 더 좋고요. 악기 연주도 될 수 있으면 자제해 주세요"


"만약 내가 자제가 안 돼서 감정이 터지면 서로 불편하고 미안하잖아요."


감정선이 일정한 내가 이런 부탁을 간혹 하면 식구들은 정말 잘 따라줍니다. 상황에 심각성을 얼른 알거든요.


아이는 제방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고, 남편은 좀 나아져서 일어나 남편방에서 축구를 보고 있었어요.


조용한 집이 고마워서 남편에겐 간식으로 황도를 갖다 주고 애기에겐 쑥떡을 먹였어요.ㅋㅋㅋ


그리곤 황홀하게 조용한 저녁을 즐겼지요.


'아, 조용한 이 집, 이 천국 같은 시간'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목이 아프니 좋은 것도 있네요. 식구들은 잠시 불편하겠지만 전 정말 오랜만에 몸이 아픔에도 불고하고 정신적 여유를 느꼈거든요.


전 세상에 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전 침묵도 좋아하거든요. 김창옥 강사님처럼 프랑스 수도원 같은데 가면 진짜 강제 침묵을 하게 된다는데.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침묵 속에 삶의 모든 혜안과 답변이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말하지 않고 삼킬 때 내 것이 되고 분해가 되고 걸러지기 때문이죠.


전 그래서 가끔 이런 우스운 상상을 해요. '침묵 동호회' 세상에 지치고 아픈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눈빛 속에서 인간의 진정한 '연'을 맺고 만나며 치유받는 모임이 되지 않을까 하고요.


어떠세요?

말이 넘치는 세상이 좋으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기력이 넘치시는 겁니다.

 

만약 저처럼 조용한 곳에 더 끌리고 그곳에서 충전이 되신다면 저처럼 타고난 기질일 수도 있고, 지치신 것일 수도 있고요. 기질이시라면 조용한 환경에서 알아서 살아가실 테고요.


지치신 거라면 잠시라도 조용한 곳을 찾으시고, 말없이 질문 없이 따뜻한 눈빛을 교환할 수 있는 분을 만나시면 어떨까요?

눈물이 나실 수도 있어요.

내적 상처가 치료되고 있다는 반증이거든요. 눈빛이 그래요.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위로와 힘을 줍니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오늘도 내일도 나를 데리고 살아갑니다.


당신에 제일 소중한 나의 기질을 살펴 주세요.


그리고 나의 상태를 돌봐주세요.


당신만이 당신을 세상에서 가장 아껴줄 수 있습니다.


I Love you



♡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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