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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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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Oct 25. 2023

가을 편지

수필통

 잘 지내시는지요?

잠시 가을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곳은 대지를 먹여 살리는 흙이 한 해 동안 키워낸 보물들을 쏟아내느라 바쁩니다. 동네를 돌다 보니 밤나무가 열심히 머리를 흔들어 밤을 수북이 내어 놓았습니다. 기특하고 갸륵합니다. 감나무는 주황감을 자랑하며 달고 있고, 밤고구마는 덩굴 따라  줄줄이 올라와 밭고랑에 던져지기 일쑤입니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싸늘합니다. 가까이 계시면 작년에 담근 도라지차 한잔 대접하고 싶지만  멀리 계시니 보라색 도라지 꽃내음만 고이 접어 보내드립니다.


가을의 마음 냄새는 달고도 찹니다. 단맛은 살아낸 생채기를 위로하고, 찬내는 잠시 멈추어 돌보라는 속내가 담겨 있습니다.


지금 저의 가을의 온도 역시 달며 찹니다.  진행 중인 과제들이 많아 한편으론 벅차고 그럼에도 순조로움에 감사합니다.


제 마음이 길치인가 봅니다. 바람길에 몸을 맡기는 민들레 꽃시처럼 낙화지점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염려 치는 마셔요. 어느 곳에 착지하든 당신과 같은 하늘아래 있음으로.


저의 가을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랫동네도 다녀와야 하고, 어려운 분들도 만나 봬야 하지만 다 길운 합니다. 염려 없습니다.


사사로운 시비가 오가는 시간에는 제가 보내드리는 도라지꽃을 펼쳐 봐주시겠어요. 보라색 도라지꽃처럼 당신은 늘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혹여 아름답다는 어원을 아시지요?

아름답다`의 `아름`은 알다, 안다, 아름 등의 동음이의어를 가집니다. 따라서 아름답다의 본래 의미를 `나답다`로 해석됩니다. 그러니 아름답다는 나답다가 되겠지요.


당신은 그저 당신 다울 때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저에겐 가을빛에 다채로이 달구어진 낙엽의 채도에도 당신의 아름다움이 가장 그윽하며 향기롭습니다.


또 몇 날이 지나면 바쁜 가을을 보내고 겨울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하시고, 건강하시길 멀리서 바라봅니다.


                         from: your ieum


도라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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