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3년 기록

빗소리와 깊은 밤

2023년 기록

by 이음

빗소리가 듣기 좋은 밤이다. 토요일의 피로가 쉬이 풀리지 않는다. 큰 일은 하나 마치고 왔다는 안도가 평온을 선물로 주고 갔다. 친정식구들도 사돈댁도 서로 잘 맞았다. 덕분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잘 마쳤으니 더는 바랄 게 없는 자리였다. 있는 힘을 쏟아부어 다녀온 보람이 있다.


동생은 주인공답게 풋풋하고 참 예뻤다. 긴장한 모습이 역락없는 예비신부 모습이어서 더 예뻐 보였다.


아~

이제 결혼식 하나 남았다. 시집만 잘 보내고 나면 내 할 일의 반은 끝난 거리라. 5살 때부터 머리 빗겨 키워서 그런지 마치 딸을 키워 시집보내는 기분이다. 사위에게 딸손을 건네는 친정아비의 심정 같은 기분이랄까?


부디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내 욕심이라면 바라건대..


미련 맞게 너무 참지만도 말고, 이기적이게 자기 입장만 내세우지만도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살지만도 말고, 꼭 할 말을 삼키며 살아서 병이 되지도 말고.


양보할 거와 주장할 거를 구분하는 법도 배워가며 살고. 다른 거와 틀린 거의 차이에 시시비비를 따지는 사람이 되지도 말고. 바뀌지 않을 일에 목을 매고 연연할 시간에 다음을 생각할 지혜를 갖췄으면 좋겠다.


말은 천천히 하고 말끝은 톤을 내렸으면 좋겠고,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크게 동하지 말고 동상처럼 담을 수 있는 무게를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감정에 휘둘려 괴로움에 노예가 되지 말고 나의 의식의 주체자로 살았으면 좋겠다.


살다 보면 다 배우는 거지만 늦게 배울수록 삶이 힘들 수 있으니 부디 그 현명함이 빨리 찾아와 가정을 이룬 자의 삶에 필요한 덕을 되도록 빨리 익혔으면 좋겠다.


혼자 살 때와 가정을 이루고 지킬 때와는 무엇하나 같은 것이 없으니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곧 몸으로 체득하리라.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 같다. 나도 다 잘하고 다 체득하지는 못했다. 아직도 익히는 중이고 살아가는 중이다. 그렇지만 기혼자들이라면 다들 살면서 알게 모르게 삶으로 익히는 삶에 지혜이며 덕이 아닌가. 익혀가는 시간만 각자 다를 뿐.


부디 내 동생은 현명하니 언니보다 빨리 익혀서 덜 힘들게 살기를 바란다.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에 멀리 떨어진 네 생각을 하며 언니는 잠든다.


잘 자라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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