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 캘리포니아 대신 한강을 선택하며 깨달은 것들
서울의 1월 말은 1년 중 가장 혹독합니다. 21년의 직장 생활 동안, 저는 이맘때면 늘 습관처럼 '회피'를 선택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2년을 제외하고) 운 좋게도 매년 이 시기엔 미국 캘리포니아 출장길에 올랐거든요. 따뜻한 햇살 아래로 도망치듯 떠났기에, 저에게 겨울 러닝이란 늘 마일리지가 줄어드는 '잠시 멈춤'의 계절이었습니다.
하지만 퇴사 후 맞이한 이번 겨울은 다릅니다. 도망칠 캘리포니아도, 추위를 피할 핑계도 없습니다. 영하 10도의 한파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아침마다 운동화 끈을 묶습니다.
상황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것은 오직 제 마음가짐뿐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을 실천으로 옮겨주는 것은 대단한 의지가 아닌, '나만의 시스템'이었습니다.
사실 7년 차 러너인 저조차도 이틀 연속 달리기를 쉬면 삼일째 되는 날엔 '뛰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습니다. 인간의 의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나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믿는 대신, 추운 날씨에도 건강하게 뛸 수 있는 '겨울 러닝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레이어링의 원칙: 베이스로 면 소재 대신 기능성 의류를 입고 미들 레이어는 기모를 착용해 온기를 유지합니다.
준비운동의 두 배: 근육이 놀라지 않게 평소보다 두 배 더 꼼꼼히 몸을 풉니다.
페이스의 하향 조정: 기록이나 속도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고, 내 몸의 신호와 발바닥의 감각에만 집중합니다.
마무리의 정성: 러닝 후 집에 돌아와서 스트레칭을 평소보다 더 세밀하게 챙깁니다.
'뛸까 말까' 고민하는 에너지를 '무엇을 입고 어떻게 몸을 풀까'를 결정하는 데 쓰고 나면, 어느새 몸은 밖으로 나가 있습니다. 일단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 10분만 뛰고 나면, 신기하게도 몸은 추위를 잊고 리듬을 찾아갑니다.
"아, 내가 이 맛에 러닝을 하는구나!"
그 순간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 정직한 움직임을 평생 이어가고 싶다고요. 저의 인생 목표중 하나는 러닝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입니다.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세심히 살피며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이 꾸준함이 결국 작은 성공들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어떤 장애물 앞에 멈춰 서 계신가요?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그 상황 속에서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작은 '시스템' 하나를 세워보세요.
21년의 마침표를 찍고 다시 시작하는 지금, 제가 믿는 유일한 재능은 '시스템 안에서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하루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원칙 하나가 깃들기를 응원합니다. 평생 건강하게 뛰고 싶은 '러닝하는 할머니' 지망생인 저와 함께, 오늘 여러분만의 작은 매뉴얼을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