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내가 쓴 연애편지는 '러닝'이었다

초보 러너의 서툰 기록에 여운이 짙게 남은 이유

by 라고머 리지

[작가의 노트] 2021년 3월, 1km도 버거웠던 제가 저에게 썼던 연애편지를 꺼내보았습니다.



가끔 과거의 나를 마주할 때, 생각지 못한 위로를 받곤 합니다. 최근 2021년, 제가 러닝을 시작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을 때 블로그에 남긴 글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 안에는 지금의 '매일 10km를 달리는 나'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고작 1km를 달리고도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숨 가빠하던 한 초보 러너가 있었습니다. 새로 산 러닝화가 아까워 조심스레 발을 내딛고, 7km를 완주한 뒤 모든 성취를 다 얻은 듯 적어 내려간 문장들.




5년 전에 쓴 블로그 글 :)





지금 보면 참 풋풋하고 귀엽기까지 한 그 기록을 보며 저는 한동안 멈춰 서 있었습니다.



"이렇듯 처음은 무모하고도 아름다운 거였지."



21년이라는 긴 직장 생활 동안 제게도 여러 번의 겨울이 있었습니다. 특히 입사 15년 즈음 찾아온 번아웃의 시기, 그때의 저는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서툼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살았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아는 길로만 다녔고, 효율을 따지느라 설레는 시작을 외면하곤 했죠. 전문가라는 무게감은 어느덧 저를 새로운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단단한 성벽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5년 전의 저는 달랐습니다. 숨이 차오르는 고통조차 '살아있음'의 증거로 해석했고, 느린 페이스에도 나 자신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오직 어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나만의 속도에만 집중했으니까요. 그건 나 자신에게 보내는 가장 열렬한 응원이자 연애편지였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초보'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21년의 경력을 뒤로하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여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저는, 5년 전 운동화 끈을 처음 묶던 그 서툰 러너와 꼭 닮아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저는 다시 1km만 뛰어도 숨이 차는 초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5년 전의 제가 이미 증명했으니까요.



서툰 발걸음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어느덧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고 '러닝하는 할머니'를 꿈꾸는 단단한 코어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요.



2월 첫 날의 러닝


성장은 화려한 결과가 아니라, 서툰 시작을 기록하는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이 오늘 시작한 무언가가 너무 서툴러 부끄러운가요?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지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폭발적인 성장의 구간을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5년 뒤의 당신이 오늘의 서툰 당신을 보며 "참 기특했다"며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오늘 하루도 정직하게 당신만의 트랙을 달려보시길 바랍니다.



21년 차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초보 창업가'로 서 있는 요즘, 5년 전의 제가 쓴 글이 저를 다시 뛰게 합니다. 여러분도 가슴 속 깊이 묻어둔 '서툰 시작'이 있으신가요? 오늘 그 서툼을 꺼내어 다시 한번 운동화 끈을 묶어보세요. 그 설레는 시작을 저도 기쁜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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