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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tel K Dec 08. 2022

그레텔 이야기 2

Gretel, Gretel의 첫 번째 어른 동화



아빠는 마녀의 보석들 중 가장 예쁜 것들을 골라 앵무새 마님에게 주고 나머지를 팔아 커다란 침대와 커다란 TV와 소가죽 소파와 그랜드 피아노를 샀어요. 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소파에 누워 TV를 보았죠. 어느 날 TV에서 마을에 돼지 열병이 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축사에 있는 많은 돼지들을 모두 산 채로 묻어버린다고 하더군요. 아빠는 돼지고기 값이 오르겠다며 빨리 바비큐 파티를 벌여 배 터지게 먹어보자며 허허 웃었어요. 그 말을 듣고 앵무새 마님은 깔깔거렸지만 나는 보보를 생각했어요. 


보보는 마녀가 키우던 돼지였어요. 마녀는 시장에 내다 팔 동물들에게 이름 지어주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돼지들 중 막내와 금방 친해졌고 그 애를 보보라고 불렀어요. 보보는 내가 부르면 쪼르르 달려와서 내 옆에 귀여운 궁둥이를 털썩 놓았어요. 정원에서 함께 코를 쳐들고 꽃향기를 맡다가 내가 머리를 긁어주면 보보는 눈을 감고 기분 좋게 킁킁거렸죠. 


나는 매일 밤마다 보보가 영원히 팔리지 않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어요.  


어렸을 때 내가 살던 동네 어른들은 툭 하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말 안 들으면 숲속에 사는 마녀한테 잡아먹으라고 갖다 줄 거야! 결국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어른들은 껄껄 웃었죠. 그건 물론 거짓말이었어요. 마녀는 직접 구운 빵과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먹고사는 보통사람이었으니까요. 바비큐 냄새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건 오히려 동네 사람들이었죠. 어른들의 거짓말에 속았던 우리는 마녀를 처음 봤을 때 그대로 도망치려 했어요. 그때 내가 바닥에 넘어지지 않아서 약을 바르지 않아도 괜찮았다면, 그래서 그대로 달아났다면 우리는 숲속에서 굶어 죽었을 거예요. 도망갈 수 없었던 게 행운이었던 거죠. 


마녀의 집은 정말 과자로 만들어졌냐고요? 그건 정말 즐거운 상상이지요. 어쨌든 그날 우리는 배가 터지도록 먹었어요. 우리의 몰골을 본 마녀가 곧 엄청난 양의 빵을 만들어주었거든요. 마녀는 거의 매일 아침 빵을 새로 구웠는데 고소한 냄새가 숲의 깨끗한 공기를 가르고 퍼지기 시작하면 주변에 흩어져 자고 있던 고양이들과 배고픈 새들이 부엌문을 향해 슬금슬금 모여들었지요. 마녀는 그 애들에게 먹을 것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일을 내게 맡겼어요. 나는 마녀가 빵 만드는 법을 어깨너머로 배웠고요.  





숲 자체가 거대한 정원이긴 했지만 마녀의 집 앞엔 꽃이 피는 정원도 있었어요. 우리가 거기에서 살았던 초봄부터 가을까지 이어달리기라도 하듯 연달아 피는 야생화들을 봤지요. 꽃 정원에는 어김없이 고양이들이 늘어져 자고 있었어요. 마녀가 키우는 녀석들은 아니었지만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함께 살았으니 가족이나 마찬가지였죠. 


그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들과 좀 달랐어요. 풀 위에서 몸을 비비고 뒹굴다 보면 그 애들의 몸은 풀빛으로 물들어 버렸으니까요. 정원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녀석의 몸에서는 이파리들이 자라 올라오기도 했고 새로 핀 꽃 옆에 종일 앉아 있다가 옮아서 덩달아 꽃을 피우는 고양이도 있었어요. 나는 또 핀잔을 들을까 봐 마녀 몰래 고양이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죠. 결국 마녀의 말대로 모두 쓸데없는 짓이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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