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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녜스 Feb 04. 2021

3:07 am, 수유의 시간

일상의 피치 못할, 사소한 그러나 소중한 순간들

홍애홍애

생존을 위한 처절한

딸내미의 울부짖음에


이 어미는

12킬로나 빠져도

여전히 15킬로나 더 쪄있는

물먹은 솜 같은

퉁퉁한 몸뚱이를 이끌고


소젖보다 영양가 많은

모성애로 치장한

젖을 허겁지겁 풀어헤친다.


한쪽 십오 분, 다른 쪽 십오 분

도합 삼십 분이 넘는 시간 동안

딸내미에게

생명의 양식을 내어주고

이 어미는 눈만 껌벅이며

어둠이 짙은 창밖을 응시한다.


아무도 아마도

깨어있지 않을 것 같은

누구도 깨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하고 숨죽인 시간,


이제 갓 삼십여 일을 살아온

작고 소중한 생명체와 나,

단둘만 깨어있는 듯.


쩝쩝거리는 소리만

생존신고를 할 뿐,


그 치열하고 처절한

말 못 하는 어린 인간의

풋내 나는 생이

뜨거워서 가슴도 뜨거웠나.


세 시간마다

젖을 짜내며

내가 소인지 사람인지

스스로 분간할 수 없을 때마다


저 작은 딸내미가

오롯이 혼자 견뎠을

자궁 밖 세상의 냉혹함에

마음이 쓰이고 또 쓰이고,


아직은 제대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다만 온기로

세상과의 끈을 닿고 있는

작은 생명체가

그저 안쓰러워


3:07 am

알람처럼

딸내미의 천둥 같은

울음소리가 고막을 때릴 때


수치심 따윈

코 푼 휴지처럼 던져버리고

앞섶을 풀어헤친다.


딸내미야,

너는 효녀 심청을 꼭 읽어보거라.

꼭이다, 꼭.


이 어미는

네 머리맡에

산타할아버지가 되어

그 책을 살며시 놓아둘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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