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피치 못할, 사소한 그러나 소중한 순간들
홍애홍애
생존을 위한 처절한
딸내미의 울부짖음에
이 어미는
12킬로나 빠져도
여전히 15킬로나 더 쪄있는
물먹은 솜 같은
퉁퉁한 몸뚱이를 이끌고
소젖보다 영양가 많은
모성애로 치장한
젖을 허겁지겁 풀어헤친다.
한쪽 십오 분, 다른 쪽 십오 분
도합 삼십 분이 넘는 시간 동안
딸내미에게
생명의 양식을 내어주고
이 어미는 눈만 껌벅이며
어둠이 짙은 창밖을 응시한다.
아무도 아마도
깨어있지 않을 것 같은
누구도 깨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하고 숨죽인 시간,
이제 갓 삼십여 일을 살아온
작고 소중한 생명체와 나,
단둘만 깨어있는 듯.
쩝쩝거리는 소리만
생존신고를 할 뿐,
그 치열하고 처절한
말 못 하는 어린 인간의
풋내 나는 생이
뜨거워서 가슴도 뜨거웠나.
세 시간마다
젖을 짜내며
내가 소인지 사람인지
스스로 분간할 수 없을 때마다
저 작은 딸내미가
오롯이 혼자 견뎠을
자궁 밖 세상의 냉혹함에
마음이 쓰이고 또 쓰이고,
아직은 제대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다만 온기로
세상과의 끈을 닿고 있는
작은 생명체가
그저 안쓰러워
3:07 am
알람처럼
딸내미의 천둥 같은
울음소리가 고막을 때릴 때
수치심 따윈
코 푼 휴지처럼 던져버리고
앞섶을 풀어헤친다.
딸내미야,
너는 효녀 심청을 꼭 읽어보거라.
꼭이다, 꼭.
이 어미는
네 머리맡에
산타할아버지가 되어
그 책을 살며시 놓아둘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