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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on Sep 17. 2022

청주 한나절

지난 번에 예고했던 청주 한나절 여행 시작합니다

먼저 옛날에는 담배공장이었다는 문화제조창

70을 바라보는 나이, 고향이 청주인 친정엄마에게도 여기는 담배공장 자리로 기억되고 있었다.


이 문화제조창 3층에서 2022직지문화제 전시 중


80년대에 태어난 나에게 직지는 직지심경의 그 직지? 였는데 알고보니 ‘직지심경’은 바르지 않은 표현이라고.


명확한 표현은 ‘직지심체요절’

‘심경’은 불경일 때 쓰는데 직지는 불경이 아닌가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자.


직지심경

‘직지심체요절’을 달리 이르는 말. 1972년 유네스코 주최의 ‘세계 도서의 해’에 출품되었을 때 소개된 이름이다.



직지심체요절

고려 공민왕 21년(1372)에 백운 화상(白雲和尙)이 석가모니의 직지인심견성성불의 뜻을 그 중요한 대목만 뽑아 해설한 책. 우왕 3년(1377)에 인쇄되었다. 1972년 유네스코 주최의 ‘세계 도서의 해’에 출품되어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으로 공인되었으며, 현재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직지의 도시인만큼 그와 어울리는 활자와 기록에 대한 전시를 구경하고 5층으로 올라가면 청주열린도서관이 있다


청주까지 가서 무슨 도서관? 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잠깐 10-15분 동안 책을 골라 읽었던 그 순간이 아이에게 오래 기억될 거니까. 그래서 어른들이 주로 가는 카페나 펍에서도 어린이책이 구비되어있으면 꼭 읽게 하는 편이다.

내가 고른 책은 이거. 내용이 좋다.

아이도 귀여운 이야기라고 동의하였다. 빌려 가서 한번 더 보고 싶다고 했는데(안 돼.. 여긴 청주야..) 이런! 찾아보니 동네 도서관에 구비되어있지 않았다. 아이에게는 구입하지 않는 이상, 정말 청주에서만 볼 수 있었던 책이 되어버렸다.

문화제조창은 청주 국립현대미술관 바로 옆에 있어서 함께 방문하면 좋다. (내가 갔을 땐 휴무ㅠ 다행인 건 나는 휴무인 걸 알고 갔다)

밥은 어디서 먹을까.

요즘 뜨겁다는 운리단길로.

문화제조창에서 운리단길로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운리단길을 모르셔서 역관광 시켜드렸다. 서울에는 경리단길이 있는데요 그래서 전국에 -리단길이 생기고 어쩌고저쩌고

운리단길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었다.

무려 전도연 배우님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나는 영화 <무뢰한>을 보고 전도연 님의 연기를 신봉하게 되었다. 물론 예전 작품들도 그래왔지만 무뢰한에서는 정말..!

(덧붙임: 몇 달 뒤에 이 드라마가 일타스캔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신봉

사상이나 학설, 교리 따위를 옳다고 믿고 받듦.


아직 드라마 제목도 모르지만 나중에 보면 신기할 듯. 저기 운리단길이잖아! 우리 저기 지나갔잖아! 하면서..(..라고 곧 20년차가 되는 방송작가가 말했다)

작은 문구점에서 볼펜을 사주었다

어느 순간 아이의 가방을 내가 메고 있다. 아이구 어깨아파. 아이는 오래 걷는 건 괜찮았는데 가방을 챙기는 걸 어려워했다.

많고 많은 운리단길 카페에서 우리가 선택한 곳은

주택을 개조했거나 아님 그냥 만들었던 처음 모습 그대로인(?) 카페였다. 이런 곳에 오면 다들 주택을 개조한 곳이라는 말을 꼭 하는데 글쎄다. 처음부터 이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지 않나? 묻지 않아 모르겠다.

날씨가 좋아서인가

아이는 밖에 앉기를 원했다.

실내는 에어컨이 빵빵했다.

사진 속 연보라색펜이 운리단길 11point(필기구를 다룬다)에서 구입한 것.

아이 가방과 내 가방

아무리 당일치기라고 너무 멋부렸나.. 배낭을 가져왔어야 했나


카페에서 당 섭취를 마치고

다시 택시를 타고 수암골 벽화마을로 향했다

두 번째 택시 기사님은 말이 없으셨다. 첫 번째 택시 기사님이 보고 싶어졌다.

수암골에 내리자 청주와는 상관없지만 실내동물원이 보여서 갔다. 아이다운 일정을 하나 즉석에서 추가한 것이다. 충청북도의 두 번째 정식동물원이라고 한다.

눈이 동글동글 큰 꽃사슴과

동공이 직사각형인 양을 함께 놔두니

비교하기 좋았다

양의 눈동자가 저렇게 생긴 이유는 파노라마처럼 보기 때문이라고.

우리 애도 한 꽃사슴하는데 말입니다

엄마가 짠 일정에 따라 졸졸 따라다니다가 동물원 오니까 저렇게 좋아하는 것을..

그래서 부모들이 캠핑이나 놀이동산을 그렇게 다니나보다. 그래도 꿋꿋이! 나는 이 아이와 함께 지역 여행을 다닐 것을 다짐했다.

어머 얘 인성아

아기 사막여우도 있었다

이 아기가 다 크면 다시 보러 오기로 했다.

실내동물원을 나와서 원래 수암골에 온 목적인 전망대를 보러 올라갔다.

꺅 밤에 또 와보고 싶다

들어가면 안 돼요

아직 돌할머니가 뭐하시는 분인지 모르는 점이 귀여웠다.

수암골에는 벽화마을도 유명하다. 이런 벽화마을이야 뭐 지역 여기저기 많긴 하지만 아이와 와본 건 수암골이 처음인 듯. 내 기억 첫 번째 벽화마을은 십수년 전에 갔단 통영 동피랑.

예고했던 일정에서 육거리시장은 결국 방문하지 못하였다. 그 시간을 실내동물원으로 대체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집에서 내 일터인 상암 MBC에 지하철로 가는 것보다

청주 수암골에 차 타고 가는 것이 더 가깝다는 사실


또 가면 되지요.

여행 이후 친구들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청주가 아니라 힙지로 같다, 서울 합정 같다,


한번 가봤다고 자신감이 붙어서

다음엔 친구들도 한둘 데리고 갈 기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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