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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on Jun 18. 2024

사전에 남중 남고가 등재되었다

남학생만 다니는 중학교, 남자 중학교. 

남학생만 다니는 고등학교, 남자 고등학교. 

줄여서 남중, 남고. 


개인적으로 '남중남고'라는 말은 아이돌그룹 온앤오프 '효진'이 말했을 때 처음 들어보긴 했다. 그가 말했다. 


- 저 인기 많았냐구요? 저 남중남고 나왔습니다. 


2024년 5월 31일 자로 사전에 '남자 중학교, 남자 고등학교, 남중, 남고'가 등재되었다. 왜 그동안 없었을까? 자세한 건 모르지만 남자가 교육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도 여자가 교육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던 지난 역사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볼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70대 친정엄마가 아직도 '학부형'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기 때문일 거다. 사실 70대까지 거슬러 갈 것도 없다. 자주 가는 맘카페만 가보더라도 '학부형'을 '학부모'의 뜻으로 착각해 쓰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엄마도 그렇지만 실제 뜻을 알고 쓰는 건 아니고 그냥 학부모의 옛말인가.. 정도로 오해하는 것 같다. 


학부형은, 학생의 아버지와 형이란 뜻으로 '남자'만 학생의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들어간 낱말이다. 그때는 그게 너무 당연해서 남중, 남고라는 말도 존재할 필요가 없었던 건 아닐까? 시간이 흘러 여자들도 교육을 받다보니 여중, 여고라는 낱말이 생겨서 사전에 '신어'마냥 올라가게 되었던 건 아닐까? 그때는 몇년도였을까. 


우리 아이는 내가 옛날에는 국민학교였다고 하면 혹시 엄마는 소학교에 다녔던 거야?라고 물을 정도로 나를 옛날 사람 취급하는데 어머 얘. 엄마가 낡은 사람일 지는 몰라도 늙은 사람은 아니다 얘. 젊줌마 몰라? 그래도 '학부형'에 괜스레 발끈하는 엄마를 둔 관계로 그런 말은 배우지 않아서 다행이다. 


2024년에야 남중 남고가 사전에 등재되었지만 사실 단일 성별로 이루어진 학교들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저출생의 영향이다. 다들 합쳐놔야 학교를 지속할까 말까 한 상황이 된 것이 우리 미래인가보다. 


어제 친정엄마가 갑자기 아프셔서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입원을 했다. 엄마는 큰 병원이 가까운 도시에 사셔도 젊줌마 딸이 시골에 사는 바람에 차로 엄마가 계신 병원까지 가는데 2시간이 걸렸다. 종합병원에 막 도착했는데 3층으로 가보라고 하는 말에 갸우뚱했다. 3층은 병실이 아니라 신생아실, 분만실이라고 쓰여있기 때문이었다. 막상 올라가보니 정말 아기들은 하나도 없고 거의 다 노인 환자인데 모든 방을 다 일반 병실로 바꿔서 사용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현장에서 저출생 현상을 느꼈다. (다행히 엄마는 괜찮으시다) 


한반에 60명씩 있는데 여자짝이 없는 남자아이들이 열명이나 있던 과거 남아선호사상과 현재 저출생 현상을 모두 지켜본 우리 40대. 우스갯소리로 우리라도 아이를 낳아햐 하는 아니냐고 하는데 둘째..는 올해 따끈하게 등재된 남중남고 갈 수 있는 아이로다가 하나 더? 워워. 아서라. 


아서라 [아서라]

「감탄사」

그렇게 하지 말라고 금지할 때 하는 말. 해라할 자리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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