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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on Aug 20. 2024

인구소멸위험지역에도 혜택은 피어나고

내가 살고 있는 인구소멸위험지역은 인구'소멸'지역이 아니라 '위험'지역이라서 그런가 도시에 살 때와 비교해서 혜택적으로는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1. 청소년문화의집 

영어로는 Youth Centre 정도면 될까. 내가 살던 영국에도 Youth Centre는 동네마다 있었는데 그때 내 아이가 청소년이 아니었어서 경험해본 것은 없다. 한국에 와서는 전에 살던 도시에서부터 지금의 시골까지, 청소년문화의집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먼저 위키에서 청소년문화의집을 찾아보자. 


- 간단한 청소년수련활동을 실시할 수 있는 시설 및 설비를 갖춘 정보·문화·예술 중심의 수련시설(청소년활동 진흥법 제10조 제1항 다목). 한국법에서는, 기초자치단체가 읍·면·동에 청소년문화의 집을 1개소 이상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다(같은 법 제11조 제1항 제3호). 이에 따라, 기초단치단체마다 '○○시 청소년문화의 집 설치 및 운영 조례' 식의 조례를 제정하였다.


나는 한국에 와서 시-구-동에 살고 있을 때도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주관하는 여러 수업을 아이에게 듣게 하였다. 이 수업들을 처음부터 알고 있지는 않았고 동네 다른 엄마의 소개로 알게 되어 탁구와 영어뮤지컬 따위를 아이에게 듣게 하였다. 그때는 돈을 지불하고 다녔지만 지금 살고 있는 군-면-리의 청소년문화의집에서는 심지어 수업료를 받지 않는다. 지난 학기에 아이는 수영 수업을 일주일에 두 번씩 무료로 들었고 국궁수업도 무료로 들을 수 있었다. 


2.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지원사업 

6세부터 18세까지 아이들의 교통비를 정부가 대신 내주는 사업인데 여기에도 우리 아이가 해당된다. 신청해서 제대로만 사용하면 분기별로 6만원, 일년에 24만원을 세이브할 수 있는 제도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산골짜기 깊은 곳에 사는 관계로 자격은 되지만 신청해도 대중교통을 탈 일이 없달까. 걸어서 몇 분 거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딜 나가려면 처음부터 차를 타고 비포장도로인 산을 내려와야 하므로 24만원의 혜택은 받지 못하는 걸로.     


3. 예술활동준비금 

이건 내가 받은 혜택인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해주는 예술활동준비금이라는 게 있다. 내가 아무리 소득인정이 낮더라도 도시에 살았다면 아마 자격미달이었을 텐데 농어촌거주자인 관계로 이번에 선정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밖에도 최초수혜자이거나 원로이거나 한다면 가산점이 있다고 한다. 일단 여기에 선정되면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 교 이수 확인서를 반드시 내야하므로 참고하시길.  


4. 작은영화관 

한국에 살 때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아닌 다른 영화관에 간 기억이 없다. 아, 있다! 강남역 시티극장. 영국에선 극장 체인인 Odeon에서 주로 영화를 봤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파운드 환율로 따지만 1장당 7.92파운드, 약 13,716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면 시골 작은 영화관은 어떨까?


먼저 '작은영화관'을 위키에서 찾아보자. 


- 시골 주민들의 문화 갈증 해소 및 향토 영화관의 부활이라는 명목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한 정책. 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영화관 사업의 지원을 받아 기존에 영화관이 들어선 적이 없거나 경영 악화로 폐관된 도서 지역에 국비, 도비를 지원 받아서 건립하는 소규모 영화관이다.


고맙게도 내가 살고 있는 시골에도 작은영화관이 있다. 처음엔 가격에 매우 놀랐다. 일반 영화 2D 주말 가격이 아무런 할인을 받지 않았을 경우 15,000이라고 한다면 시골의 작은영화관은 어른표 한 장에 7,000원이다. 우리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에게 당당히 영화는 내가 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이다. 덕분에 우리집 어린이는 새로 나오는 어린이영화는 금전적 부담없이 자막으로(더빙도 따로 있다) 관람할 수 있다. 


5. 사장님과의 1:1 스몰토크 

수다라면 어디서도 뒤지지 않을 나에게 어쩌면 이 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시골 작은 가게들의 사장님과 언제든 1:1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복잡한 대도시의 아무리 한적한 가게라도 할지라도 사장님을 한 시간 이상 독대할 수 있는 가게는 많지 않다. 나는 작은 케이크 가게의 할머니 사장님과도, 작은 독립서점의 젊은 사장님과도, 시골 카페의 동갑 사장님과도 한 시간 이상 두런두런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누리고 있다. 비록 이것이 여기가 인구소멸위험지역이기 때문이라는 어쩌면 웃픈 이유 때문일지라도 가능할 때 누리자는 주의. 이런 가게들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수다가 시작된다. 딸랑딸랑, 문에 달린 종소리가 들리면 '어서 오세... 어머~ 왔어요?'로 시작되는 시간 이상의 수다가 보장된다. 대도시에서처럼 사장님의 눈에 띄기 위해 내가 어디서 잘 나갔고 잘 나가고 잘 나갈 건데 따위의 밀당은 필요하지 않다. 말 그대로 '인구 소멸' 아닌가. 내가 누구라서, 어디에서 뭘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사람'이라서 반겨주는 그런 동네. 놓치지 않을 거예요. :)   



* 제목에 있는 꽃 사진은 동네에서 찍은 것이다. 놀랍게도 중국집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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