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MBC 아나운서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나운서들이 기획 중인 책이 있는데 원고를 써줄 수 있겠냐고요.
그렇게 몇 개월의 작업을 거쳐 어제 온라인에 책이 나오고 오늘부터는 오프라인에서도 책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는 대형서점이 먼 곳에 있는 인구소멸위험지역에 살고 있어서 언제 이 책을 직접 구매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사는 동리에는 책방 하나가 없었는데 작년에 새로 생겼습니다. 책벌레인 제가 여기로 이사하면서 고려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책방이었던 것입니다. (도서관은 있습니다.) 이사 오고 나서 이놈의 시골구석은 책방 하나가 없다, 책방 하나가 없네, 몇 개월을 투덜대고 주절거렸더니 아예 이름이 '하나'인 책방이 생긴 것입니다.
그렇게 노래노래를 하던 책방이 생겼으니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한 달에 한 번씩은 가보려고 노력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처음 열었을 때 사두었던 책은 시작도 못했고 (H마트에서 울다) 하굣길에 한 번 들러 아이에게 책을 사주었고, 또 도시 친구들이 아이를 데리고 시골집에 놀러올 때마다 들러서 우리 동네 방문 기념으로 어린이책을 한 두권씩 사주는 개인 기념품숍 같은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오해마세요, 저에게만 그렇다는 거지 그 책방은 동리의 핫플이니까요! 처음 여기에 책방을 연 사장님을 붙들고 왜 북카페가 아닙니까, 커피도 마시면서 책을 파는 공간인 줄 알았다고요, 라며 징징대던 '대도시 차가운 여자' 출신인 저는 사실 동네에 책방이 생긴 것에 대한 큰 기쁨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습니다.
그 책방은 오늘 휴무이니까 내일쯤 들러봐야겠습니다. 사장님은 제가 작가인 걸 모르시는데 어쩌면 제가 이번에 책이 새로 나와서요.. 하면서 직업을 밝힐 지도 모르겠습니다. 새 책이 나온 것도 당연히 기쁘지만 그 책이 내게 어쩌면 동리 친구 하나를 만들어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더 큰 그런 기분입니다.
우리말 나들이 어휘력 편,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은 심심한 저의 시골 겨울 생활에 친구 하나를 만들어줄 지도 모르는 일인 것입니다.
동리 [洞里]
발음 [동:니]
(1) (기본의미)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2) 지방 행정 구역인 동(洞)과 이(里)를 아울러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