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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by Aeon Park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소리.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내가 일하는 소리.

키보드 소리보다 먼저 들리는 윗집 물 쓰는 소리.

이삿짐 차가 사다리를 올리는 소리.

근처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나오는 음악 소리.

1층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반기는 어린이집 선생님 목소리.

하이톤으로 맞춰져있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어머니

주말 잘 보내셨어요 얼굴이 까매졌네 어디 좋은 데 다녀왔나봐.

이어지는 빨래 돌리는 소리. 우리집 세탁기 소리.

세탁에서 헹굼으로 넘어가는 소리.

그 소리보다 더 큰, 내 머릿속 도망치라는 소리.

다 용서하라는 소리.

다 지나갈 거라는 헛소리.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그 소리.



2023년 6월 메모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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