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풍성하다 풍성해

by Aeon Park

풍성(豐盛)

풍년 풍, 성할 성. 풍성하다는 건 넉넉하고 많다는 뜻이다. 도시에 살 땐 잘 모르던 풍성함이 내가 살고 있는 인구소멸위험지역에 찾아왔다. 먼저 겹봉선화. 겹봉숭아라고도 하는 이 꽃이 카페 마당에 피더니 바람이 불면서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구 아까워라, 다들 예쁘게 네일을 받은 손님들한테 물들이라고 할 수도 없고.

IMG_1316.jpg

아쉬운대로 접시에 담아 가마솥 옆에 데코라도 해본다. 봉숭아를 물들일 때 잎도 몇 장 함께 넣어주는 것은 국룰. 봉숭아는 못 먹나? 사장님, 올 가을에 봉숭아에이드 어떠셔요. 어디서는 식용도 한다던데. (사장님 질색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서라)

IMG_3856.jpg

우리집 마당에도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한 가을밤도 빼놓을 수 없다. 집에선 구워먹기에 번거로워 찌기 바쁜데 카페에 일하러 오면 사장님이 불에 구워주신다. 이거 탄 거 아니야, 크리스피한 거야.

IMG_2533.jpg

또 이러면 알바가 먹으러 카페에 가나보다 싶겠다. 가는 떡이 커야 오는 떡이 크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는 속담도 있는데 그럴 리가 있나. 자두 농장에 가서 자두를 잔뜩 딴 김에 여러 개 담아서 사장님에게 주었다. 최근에 차은우 자두 사건이라고 들어보셨을라나. 군대에 간 차은우가 추자두를 보고 익지 않은 줄 알고, 익으면 먹으려다가 교관이 지금 먹어도 된다고 했다더라, 라는 이야기인데 이게 바로 그 추자두이다. 빨간 자두만 자두가 아니라고~ 사장님도, 건물주님도(사장님 부모님) 맛있다고 하셔서 다행이다.


오늘은 영유아 손님이 아주 많았다. 초등학생 손님은 여름방학 때 많았는데 오늘은 5세 이하 손님들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그런가 시원한 에이드보다는 과일주스가 많이 팔리는 날이었다. 속담 중에 '가는 손님은 뒤꼭지가 예쁘다'라는 게 있다. 손님 대접하기가 어려운 터에 손님이 속을 알아주어 빨리 돌아가니 고맙게 여긴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아기 손님들은 안 가도 뒤꼭지 앞꼭지 옆꼭지 다 예쁘다. 저출생 맞나 싶게 어린이들로 바글거렸던 우리 카페. 사장님, 분유라떼라도 시작할까요?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6화조마조마하게 했던 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