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터부룩해보자.
일단 더부룩하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이 말을 떠올릴 거다.
*더부룩하다2 : 소화가 잘 안되어 배 속이 거북하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두 가지 '더부룩하다'가 있다. 배가 더부룩하다는 말에서 '더부룩하다'는 그 중에 두 번째 '더부룩하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활에서 자주 쓰는 말인 '배가 더부룩한' 걸 뒤로 밀어내고 1번 더부룩하다로 등재되어있는 '더부룩하다'는 과연 무슨 뜻일까?
*더부룩하다1 :
「1」 풀이나 나무 따위가 거칠게 수북하다.
집 앞 묵정밭에는 잡초만 더부룩하게 자라 있다.
「2」 수염이나 머리털 따위가 좀 길고 촘촘하게 많이 나서 어지럽다.
머리가 더부룩하게 자라다.
아하. 이해가 된다. 시간이 흘러흘러 아마도 더부룩하다1에서 뜻이 확장되어 더부룩하다2가 생긴 건 아닐까 추측까지 감히 해본다. 그런데 오늘 하려는 순우리말 이야기는 더부룩하다가 아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터부룩하다'이다.
*터부룩-하다
「1」 풀이나 나무 따위가 거칠게 수북하다. ‘더부룩하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2」 수염이나 머리털 따위가 좀 길고 촘촘하게 많이 나서 어지럽다. ‘더부룩하다’보다 거센 느낌을 준다.
이 언니는 거센 느낌을 주기 때문에 센 언니다.
더부룩한 머리라고도 쓸 수 있고, 터부룩한 머리라고도 쓸 수 있지만
배가 거북할 때는 '더부룩하다' 대신 '터부룩하다'고 쓸 수는 없는 모양이다.
(아직 그렇게까지 확장되지는 않았나보다. :p)
센 언니 '터부룩하다'와 그냥 언니 '더부룩하다'에게는 동생이 있다.
다보록하다
「1」 풀이나 작은 나무 따위가 탐스럽게 소복하다.
그는 다보록한 모판을 들여다보며 벌써 가을의 수확을 꿈꾸고 있다.
「2」 수염이나 머리털 따위가 짧고 촘촘하게 많이 나서 소담하다.
이 자매들에게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 이름은 '수북하다'이다.
수북하다 : 식물이나 털 따위가 촘촘하고 길게 나 있다.
'수북하다'에게도 동생이 있다. 언니와 뜻풀이는 같다.
소복하다 : 식물이나 털 따위가 촘촘하고 길게 나 있다.
작가들은 남들이 잘 쓰지 않는 낱말을 발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말을 널리 알리고, 나아가 또 새말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것에 대한 의무감이 있을 거다. 모두가 저 남자의 머리가 더부룩하다고 할 때, 작가들은 '아니야, 저 남자 머리는 터부룩한 거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기어코 모두가 '터부룩하다'고 말하게 되면 또 그때는 더부룩하다고 말하고 싶어질 거다.
#작가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