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뎅글뎅글

도렷하게 살아볼까요?

외면 받는 낱말에 괜스레 눈이 가더라

by Aeon Park

우리말에는 분명 여린 말이 존재한다. 어감이 세거나 거세지 아니하고 예사소리로 된 말을 '여린말'이라고 한다. 삶이 팍팍해지고 뭔가 세게 말해야 말이 먹히는 거 같으니 나도 센말을 많이 쓰는 편이지만 여린말의 존재를 잊지는 않고 있다.


원고를 쓰다가 '도렷하다'는 말을 스치게 되었다.




도렷-도렷「부사」 여럿이 다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않고 분명한 모양. ‘또렷또렷’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도렷도렷-하다「형용사」 「1」 여럿이 다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않고 분명하다. ‘또렷또렷하다’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도렷-이「부사」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않고 분명하게. ‘또렷이’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도렷-하다「형용사」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않고 분명하다. ‘또렷하다’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그렇지, 왜 만날 또렷또렷해야 하나. 난 이제부터 도렷도렷할래. 정신도 도렷도렷하게, 글씨도 도렷도렷하게.

비슷한 말로 뚜렷뚜렷도 있다. 이 뚜렷뚜렷에게도 마음 약한 동생이 있다. '두렷두렷'이다.




두렷-두렷「부사」 「1」 여럿이 다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아니하고 아주 분명한 모양. ‘뚜렷뚜렷’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두렷두렷-하다「형용사」 「1」 여럿이 다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아니하고 아주 분명하다. ‘뚜렷뚜렷하다'보다 여린 느낌을 준다.




요즘처럼 복작복작한 것을 그리워했던 때가 있었던가. 거리두기로 인해 주민등록상 주소가 다른 가족들은 만나지 못하고 해가 바뀌었다. 확진자 접촉으로 인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를 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국제 결혼 이야기만큼 흔하다. 나는 특히 친척이 많은 가족 분위기에서 자랐기에 명절을 조용히 지내면 어딘가 쓸쓸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내 쓸쓸함이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면 암. 백번 천번 쓸쓸해야지.

우리말 '복작복작'에게도 친척이 있다. 박작박작, 벅적벅적이 그렇다. 북적북적은 이미 인기가 너무 많아서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인기 많고 잘 나가는 친척을 질투하는 마음이 이런 걸까? 친척에게 질투를 안해봐서 모르겠다. ㅎㅎ



박작-박작「부사」 많은 사람이 좁은 곳에 모여 매우 어수선하게 잇따라 움직이는 모양.

박작박작-하다「동사」 많은 사람이 좁은 곳에 모여 매우 어수선하게 잇따라 움직이다.


벅적-벅적「부사」 많은 사람이 넓은 곳에 모여 매우 어수선하게 잇따라 움직이는 모양.

벅적벅적-하다「동사」 많은 사람이 넓은 곳에 모여 매우 어수선하게 잇따라 움직이다.



다른 낱말의 질투를 한 몸에 받는 인기말 중에는 수군수군소곤소곤도 있을 거다. 그러면 들어는 봤나, 소곤닥소곤닥 그리고 수군덕수군덕.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사전에서 쿨쿨 자고 있는 센언니들 중에는 쏘곤닥쏘곤닥쑤군덕쑤군덕도 있다.



소곤닥-소곤닥「부사」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어수선하게 자꾸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수군덕-수군덕「부사」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어수선하게 자꾸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쏘곤닥-쏘곤닥「부사」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어수선하게 자꾸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소곤닥소곤닥’보다 센 느낌을 준다.

쑤군덕-쑤군덕「부사」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낮은 목소리로 어수선하게 자꾸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수군덕수군덕’보다 센 느낌을 준다.




결론은 인기 없는 여린말이 있으면 도렷이 살려 쓰고, 또 인기 없는 센말이 있으면 우리끼리라도 쏘곤닥쏘곤닥 살려 쓰자는 이야기. 인기 있는 애들은 그냥 놔두어도 잘 먹고 잘 사니까(?) 우리는 사각지대에 있는 낱말들을 띄워 주자는 이야기. 그리고 나중에 얘네가 널리 쓰이게 되면 '쟤 내가 키웠잖아.' 하자는 이야기. :)




*뜻풀이는 모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발췌했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머리가 왜 만날 더부룩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