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체스터 관광 가이드 1

동네 주민이 직접 살아보고 쓰는 여행 길잡이

by Aeon Park

한글로 로체스터라고 검색창에 치면 미국 뉴욕주의 도시로 볼 수 있는 페이지들이 더 많다. 영국 로체스터도 미국 못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만 뉴욕 로체스터는 안 가봤으니 보류. 내가 여기 사니까 한국에서, 영국의 다른 지역에서 나를 만나러 오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이 올 때마다 데려가는 나만의 관광 코스 공개.


1. River Medway

잉글랜드 중남부를 흐르는 강이 템스 강이라면 잉글랜드 웨스트서식스와 켄트를 흐르는 강이 바로 메드웨이 강이다. 런던 지도에서 동쪽으로 템스 강을 따라가다가 눈을 더 내리면 메드웨이 강을 찾을 수 있다. 로체스터를 끼고 흐르는 강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돌고래가 가끔 목격되기도 하는데 흔한 일은 아니다. (템스 강에서는 벨루가 고래도 목격된다는데 메드웨이 돌고래 쯤이야 놀랍지도 않다) 20분 짜리 보트 투어가 있어서 타봤는데 그때는 물개를 봤다. 리버 뷰를 꼭 보면서 살아야겠다는 사람들이라면 메드웨이 강가에 늘어져있는 집들을 고려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영국 한달살기, 이런 거 꼭 값비싼 런던에서 할 필요 없다. (그렇다고 아주 저렴하지도 않은 것은 함정..) 친구 둘이 이 쪽에 사는데 전망이 멋지다. 나는 마포에 살 때 한강을 바라보는 집이었는데 자꾸만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는 게 어딘지 모르지 우울한 느낌이 들어 리버 뷰를 일부러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도 영국도 리버 뷰는 멋지다.

메드웨이 강에는 많은 요트들이 정박해있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중장년층의 영국인들이 요트에서 술을 즐기며 어울리는 걸 봤다. 아직 요트 있는 중장년층 친구도 없고 요트 살 생각도 없어서 못해봤지만 나도 한 번 해보고 싶긴 하다. 영화에도 많이 나오잖아, 요트에서 술 마시는 거.. 홀짝. 강가에 서서 구경하는 건 공짜다.

010.JPG River Medway


2. Eastgate House

로체스터는 찰스 디킨스에게 많은 영향을 준 도시로 유명한데 지금은 반대로 도시가 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하이스트리트(high st)에 늘어선 간판들을 잘 살펴보면 그의 소설 속에 나왔던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어느 소설, 어느 부분에 나오는 이름인지 비교해보는 것도 문학소년소녀라면 흥미로울 것이다. 예를 들면 Sweet Expectations, Peggotty's Parlour, Tiny Tim, Six Poor Travellers House 등이 있다.

Eastgate도 마찬가지. 16~17세기 타운하우스는 어떻게 생겼는지 내부를 들여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이 집은 찰스 디킨스가 소설 <피크윅 문서(The Pickwick Papers)>에서 Westgate로 살짝 비틀어서 언급한 적이 있다. 영국은 오랜 역사나 문화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지역적으로 가치가 있는 건축물이나 유적에 등급을 매기고 보존하는데 Eastgate House는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이라고 할 수 있는 Grade I listed, 한국어로 1등급이라고 하면 너무 우유나 고기 같을까? 예를 들어 어르신들에게는 대영박물관으로 잘 알려진 영국 박물관도 1등급 등재건축물이다.


032.JPG Eastgate House

Eastgate House 뒤로 돌아가면 찰스 디킨스가 글을 썼던 Swiss Chalet도 볼 수 있다. 다른 벽돌집과 달리 티파니 상자 색깔이라고 해야하나? 원래 다른 지역에 있던 것인데 1960년에 Eastgate House Garden으로 옮겼다. 아마도 찰스 디킨스가 사랑했던 도시라서 그렇게 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3. Six Poor Travellers House

이 집은 또! 찰스 디킨스가 그의 소설 <The Seven Poor Travellers>에 등장시킨다. East는 West로, Six는 Seven으로 간단하게 바꾸는 걸 보니 독자들로 하여금 어디인지 쉽게 알 수 있게 하려던 건 아니었을까 궁금해진다.

튜더 시대의 채러티 하우스로 오갈데 없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되어준 곳이라고 하면 설명이 맞을까? 무료 개방이고 안으로 들어가면 그때 당시에 쓰던 침대와 부엌이 그대로 보존되어있다. 작은 영국식 가든도 없는 거 빼고 다 있는데 허브, 꽃, 과일 등 일일이 이름을 달아놔서 식물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작자 미상인 그림이 걸려있는데 이곳을 아주 잘 묘사해놓았다. 분명 아주 옛날에 그린 그림인데도 건물이나 가든의 모습이 변한 것이 없어 엊그제 그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4. Guildhall Museum

1687년에 지어진 길드홀은 역시 무료 입장이고 17세기 영국 모습이 이랬단 말이지, 바로 상상이 가능하도록 잘 보존되어있다. 길드홀 안의 뮤지엄은 1897년에 앞서 소개한 Eastgate House에서 시작했다가 1979년에 길드홀로 이전했다고 한다. 로체스터 성 모형부터 메드웨이 강을 따라가는 역사적 유물들이 보관되어있고 실제 크기의 선박 감옥과 200,000년 전 도끼도 만져볼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은 18~19세기 유럽의 장난감들도 구경할 수 있다. 아이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들 장난감이 그때나 지금이나 사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디자인만 바뀌었을 뿐, 블록, 인형, 인형의 집, 카드, 말, 병정 등 지금하고 똑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뮤지엄 안에 있는 조에트로프(zoetrope) 모형이었는데 동전 10p를 넣으면 여러 장의 종이가 회전을 하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초기 애니메이션 기구랄까, 이게 왜 인상이 깊었냐면 이것 역시 영국인의 발명품으로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안 끼는 데 빼고 다 낀다, 영국은.


5. Restoration House

또! 얘기해야 한다. 찰스 디킨스. 그가 소설 <위대한 유산>에서 이 집을 언급했다. 영국 스튜어트 왕조의 3대 왕 찰스 2세가 묵어간 것을 시작으로 (이쯤되면 로체스터는 히스토리계의 비빔밥이랄까.. 튜더, 엘리자베스, 스튜어트 다 나왔다) 지금은 아주아주 부자인 게이커플이 소유하고 있는 맨션이다. 내가 굳이 추천 안해도 각종 어워드를 휩쓸며 숨겨진 보석으로 알려진 곳이다.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유료 개방을 하는데 특히 가든이 어마하게 굉장하다. 무화과에 장미에 온갖 조각상에 연못에 사과, 배, 라벤더, 커피와 티, 케이크, 잔디, 화장실(화장실이 없는 곳이 존재하는 영국의 관광지들, 여긴 화장실도 있다고!), 뭘 더 언급해야 될 지도 모르겠다. 강력 추천하는 코스 중 하나이다.


IMG_1365.JPG Restoration House 가든 일부


어디까지 구경했더라.. 아직 안 끝났다. 애프터눈티로 당 좀 충전하고 다시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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