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체스터 관광 가이드 2

동네 주민이 직접 살아보고 쓰는 여행 길잡이

by Aeon Park

클로티드크림에 딸기잼 듬뿍 쳐바른 스콘으로 당을 충전했다면 슬슬 관광을 다시 시작해볼까?

먼저 로체스터에서는 어디서 당을 충전해야 하는지부터 알아보자.


6. Tiny Tim

한번 더 얘기해야겠다. 찰스 디킨스. Tiny Tim에 들어가면 찰스 디킨스의 소설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벽 이곳저곳에 삽화들을 그려놨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커피나 티만 마셔도 되지만 애프터눈티와 심지어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도 가능하다. 로컬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가성비 갑 티룸이다. 남은 건 싸달라고 해도 된다. 런던의 유명한(다시 말해 아주 비싼!) 티룸에 자주 다녀보아도 싸주는 데는 없었다. 너, 싸가기만 해봐.. 다 먹든가 두고가! 라는 눈치였는데 (실제로는 위생법 때문일듯?) 동네에서 그렇게 빡빡하게 굴면 장사하기 힘들다. 남으면 당당하게 싸달라고 하시길.

IMG_3070.JPG 샌드위치는 메뉴에서 골랐다



7. Tony Lorenzo

애프터눈티는 너무 배부를 것 같고 그렇다고 다들 그거 먹는데 쭈그려 앉아서 커피만 마시기도 눈치보인다.. 싶다면 토니 로렌조를 추천한다. 식품위생등급 심사에서 Very Good에 해당하는 빵집이다. (공무원인 남편은 실제로 식당에 갈 때 이 심사마크를 확인하기도 한다. 좋지 않은 점수를 받은 식당에는 다시 좋은 점수를 받을 때까지 가지 말라고 한다거나..) 앉아서 쉬어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여기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나 바게트를 포장해서 커피와 함께 들고 나간다. 시간 절약을 하고 싶은 건지 앉고 싶지 않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동네를 걸으면서 샌드위치를 먹는 게 튀지는 않는다. 토니 로렌조 아저씨는 취미로 노래를 하는데 자기 음반을 커피와 함께 팔기도 한다. 난 안 샀다. 오해마시라, 커피는 샀다.


8. Huguenot Museum

영국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위그노 뮤지엄이다. 위그노는 16~17세기 경의 프랑스 신교도를 뜻하는데 박해를 받아 영국으로 넘어온 사람들이다. 사실 한국에서 온 친구들은 많은 관심을 보이진 않았는데 미국이나 유럽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로체스터에 이런 뮤지엄이 있네? 궁금하다, 라는 반응이었다. 위그노 중에 수공업자가 많았던 탓일까 이 뮤지엄에서는 크래프트와 관련된 행사들을 참 많이 한다. 뭘 계속 만들자고 하고 만들어낸다. 그래서 가족 단위에게 인기가 많은 뮤지엄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에서 영국으로 온 초기 난민이라는 느낌도 있어서 난민과 관련된 행사들도 한다. 이곳과 자매결연을 맺은 The French Hospital도 (병원은 아니다) 로체스터에 있는데 위그노들을 돕기 위해 1718년에 설립된 채러티 단체로 작년에 300주년을 맞았다. 현재는 위그노 후손들의 안식처로 사용되고 있다. 종종 일반에 내부가 공개되고 신청을 하면 가이드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9. Baggins Book Bazaar

잉글랜드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이 로체스터에 있다. 이 책방에 한번 들어가면 미로처럼 엮여있어서 쉽게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거짓말을 보태본다. (10세 이하라면 정말 그럴 것도 같다) 앞서 말한 관광지들 다 제치고 여기서만 종일 시간을 보내도 하루가 모자라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책방 주인이 주제별로 책들을 정리한다고는 해놨는데 오래된 집의 오래된 서재처럼 먼지를 털어내고 일일이 자세히 보아야 한다. 그게 재미라면 재미일 것이다. 70년대 만화잡지부터 최근 책까지 구비되어 있는데 가격이 책 앞장에 일일이 연필로 쓰여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10. 수많은 채러티숍들

하나의 하이스트리트에 이렇게 많은 채러티숍이 있는 건 처음 봤다. 잠깐 손가락을 꼽아봐도 7개인데 놓친 것이 있나 모르겠다. 독일에서 놀러온 친구는 로체스터 하이스트리트의 채러티숍에서 영국 백화점 Harrods의 기념품 가방을 득템했다. 나는 뭐, 갈 때마다 득템한다. 깨끗하게 읽었거나 아예 펼쳐보지도 않고 기부한 것이 틀림없는 소설책들, 아이 책, 장난감, 장식품, 그릇, 컵.. 셀 수 없다. 반대로 나도 기부를 한다. 아이가 더 갖고 놀지 않는 장난감 자동차, 책, 내가 더는 입지 않고 신지 않는 옷이나 신발 (한국산이다!) 등 여기서 생기는 채러티의 수익은 채러티의 성격에 맞게 사용된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숍은 Cancer Research UK라는 곳인데 내가 여기에 내는 약간의 돈들이 암환자 치료 연구에 사용될 거라고 생각하면 돈을 쓰면서도 기분이 좋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암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괜히 더 애정이 가는 채러티숍은 아무래도 여기이다.






런던 북쪽 King's Cross역에서 기차로 25분.

런던 서쪽 Victoria역에서 기차로 48분.


Historic Rochester역에 도착하면 피아노가 먼저 반긴다.

IMG_2003.JPG

만약 한국인처럼 생긴 아이가 한국에서 산 것이 틀림없는 머리핀을 하고(영국산 머리핀 안 예쁘다..) 피아노 앞에 앉아서 나비야라도 치고 있는 걸 본다면 안녕하세요, 저도 한국인이예요, 라고 꼭 아는 체를 해주기를 소망한다. 비록 아이는 영국 영어로 대답을 할 지라도... 엄마, 나 오늘 로체스터에서 한국인 봤어. 라고 말하는 날이 곧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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