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잖아?
흔하게 쓰던 낱말도 갑자기 낯설어질 때가 있다. 얼마 전부터 '연달아'가 그랬다. 사전에서 '연달아'를 찾아보니 표제어가 없다. 그러면 활용형인가, '연달다'를 찾아보니 아 너 여기 있었구나. '연달아'가 갑자기 낯설어진 건 그냥 나였다. 나만 그랬던 거였다. 혹시 '늘상' 같은 비표준어가 아니었을까 했던 거다. 늘상은 '늘(표준어)'과 '항상(표준어)'이 합친 비표준어이다. 연달아가 혹시 '연이어'와 '잇따라'가 합쳐지고 변형되어 생긴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던 거다.
'연달아'가 한창 낯설었던 그때, '연달다'를 찾기 위해 사전에서 '달다'가 붙은 말을 찾아봤다. 그러다가 이 글의 제목이 된 '붚달다'를 만났다. 뜻풀이를 보자.
붚달다 「동사」말과 행동을 부풀고 괄괄하게 하다.
이거 완전 나잖아? 나는 가끔 작은 일도 과장하여 부풀려 괄괄하게 표현한다. 물론 내가 그러고 싶은 일에만 그러는 거지 (주로 남을 웃기려고) 매사에 그러는 건 아니니 걱정 마시라. 지금 이 글도 붚달아 쓰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 남들이 그냥 이런 게 있나보다 넘어갈 일을 굳이 부풀려 '여러분!! 여기 좀 보세요!! 붚달다라니 이거 너무 신박하지 않아요?!'하고 있는 셈이니까.
그런데 북녘에서는 이 말이 조금 다르게 쓰이나보다. 네이버 오픈 사전을 보자. 이용자들이 직접 등록한 낱말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에 주의.
붚달다
살가죽이 붓거나 부르트면서 열이 나다. 마음이 끓어 달아오르다란 뜻의 북한말
북녘말 사전이 아나운서국 사무실에 있고 요즘 거리두기 4단계라서 사무실에 자주 들르지 않아 확인은 나중에 해야겠다.
다시 남녘으로 돌아와보자. 사전에 '붚-'으로 시작하는 낱말이 '붚달다' 말고 또 있었다.
붚-대다「동사」 말이나 행동을 몹시 급하게 하다.
- 저렇게 말을 붚대니 알아들을 수가 없지.
이번 주에는 온라인에서만 알던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기로 한 주이다. 오래 알던 친구를 만나는 일은 설렌다기 보다는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다고 한다면, 서로 알긴 알지만 만나본 적은 없는 사람들을 실제로 보는 일은 무척 설레는 일이다. (원래의 나는 ENFP이지만 부모로서의 나는 ENFJ이다. 매사가 설렐 수 밖에 없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너무 설레는 바람에 붚달아 행동을 하고, 붚대어 말을 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람들이 나의 그런 웃음을, 말투를, 행동을 좋아해주었으면 좋겠다. 으하하하하.
뱀발 : 아마도 '붚'은 '부풀다'에서 온 말이 아닐까 싶지만 난 방송작가이지 언어학자가 아니라서 그냥 '아닐까 싶다'에서 멈추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