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내가 겪은 것 같이 계속 아플 때도 있으니까
내가 겪은 범죄가 아닌데도 너무 흉악한 범죄는, 뉴스를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큰 상처가 되고 충격을 받을 때가 있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건 중에 하나인 조두순 사건도 그러하다.
우리 부부가 임신을 하기 전.
그 사건과 비슷한 내용을 다룬 한국 영화 <소원>을 보다가 그 영화 속에 나오는 원숭이+소시지 인형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코코몽이다.
영화 속 피해아동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코코몽이고, 아빠(설경구 분)가 코코몽 분장을 해서 병원에 오는 장면을 보고 우리 부부는 울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친척에게 부탁을 해서 코코몽 인형을 하나 선물 받았고 그 인형을 꼬몽아꼬몽아 부르다가 그 이후에 임신을 하게 되어 태명이 자연스럽게 꼬몽이 되었다.
그러니까 나에게 코코몽은 그냥 만화 속 캐릭터라기 보다는 그 피해자 가족의 슬픔과 아픔이 다 들어있는 상징 같은, 절대 잊지 말자는 뭐 그런 뜻.
엊그제 키즈카페를 갔다. 영국에서는 키즈카페라고 안 하고 softplay라고 부르는데 워낙 넓어서 아이를 놓쳤다.
뭐 놓쳤다기 보다는 그 안에 있는 건 아는데 워낙 미로처럼 놀이기구들이 있어서 어디서 놀고 있는지를 찾지 못하게 된 거다.
처음 10분을 두리번두리번거리니 열살 정도 되어보이는 영국 여자아이들이 와서 excuse me, are you looking for a.... little girl? 이라며 그 아이는 저 아래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방학이라 사람도 많은 그 넓은 공간에서 동양인은 우리 둘 뿐이라 바로 알았을 거다) 검은 머리 꼬몽도 저 밑에서 엄마 찾는다고 쩔쩔매고 있고 검은 머리인 나도 저 위에서 그러고 있으니 그 둘을 매칭해주는 아이들이 참 귀여웠다.
그리고 한동안 나랑 같이 놀다가, 또 한번 아이가 눈에서 사라졌다. 뭐 한 번 그랬으니까 또 어디 미로 안에 들어가 있겠지, 하고 있는데 시간이 길어지는 거다. 흠... 4세 이하 노는 공간에도 없고 여기도 없고 저기도 없고. 이번에는 매칭엔젤스가 도와주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문득. 한국의 조두순 사건이 생각났다. 아 씨발 이거 남자 화장실에 피흘리면서 있는 거 아니야??? 어마무시한 이미지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순간 실내 모든 남자들이 다 괴물로 보인다.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져 빠른 속도로 다시 softplay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발견하면 병원부터 가야하나 경찰서부터 가야하나 오바육바를 하다가 주스 자판기 앞에서 버튼을 누르고 있는 꼬몽을 발견했다.
"엄마! 이거 이거 오렌지 주스.”
원래 이 오렌지 주스는 밖에서는 25p이지만 기꺼이 1파운드를 넣고 달그락,
이 달그락 철렁 소리가 내 심장 소리인지 자판기 소리인지 모르는 채, 자! 이거 마셔. 하며, 아직도 마음이 두근대는 건 아이에게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피해아동에게는 그런 일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고 안타깝고 화가 나고 그래서, 내 아이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나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미 그 아이에게는 일어난 일이라서 어쩌지를 못하겠는 마음 때문에. 많이 다칠만큼 반항을 했을 피해아동들이 생각나서.
그리고
반항도 못해보고 그냥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하고, 그걸 가슴에, 몸에 묻은 채로 하루하루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서.
2017년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