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love you, B

학교 친구 B 이야기

by Aeon Park

아이 학교 친구인 B.


B의 아빠를 제대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B를 알고 B의 엄마가

나와 친한 T엄마와 친해서

이리저리 자주 보아왔다.

주말에 산책을 갔다가 말벌에 쏘인 B의 아빠가

예상하지 못한 알러지반응을 일으켜

20분만에 사망하였다는 문자를 받았다.

종일 멍하니

있던 생각도 사라지는 거 같기도 하고

없던 생각도 생기는 것 같고

그랬다.

종일 실수를 했고

결국 기분이 가라앉았다.

4살 B에게는 7살 형이 있다


뽀글뽀글 곱슬머리가 귀여운 B가

지난 생일파티에서 웃으며 뛰어놀던 게 자꾸 생각났다

아빠가 죽을 줄도 모르고

친구들과 까르르 놀던 열네살의 나도 생각났다

갑자기 남편 없이

아이 둘과

세상을 살아내야만 했던

40세의 젊은 엄마도 생각났다 ​


그 이후에 우리가 완전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들이 다 한꺼번에 생각났다.


B에게는 그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마도 생기겠지만, 90년대와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고 믿으며 그 아이들이 울 일이 그때보다 훨씬 적었으면 한다


학교 선생님이 B에게 다같이 편지를 써주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은 어려서 아빠의 죽음이나 그로 인해 이사를 가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이해하지 못할 거니까 그런 말은 다 빼고 그냥 사랑한다는 말, 그리울 거라는 말만 적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B의 생일도 아닌데 왜 카드를 쓰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는 그래도 엄마가 시키니까 B, we love you.라고 적었다.


2년이 지났다.

아이는 이제 말벌에 쏘인다는 게 어떤 건지

친구들을 두고 나만 이사를 간다는 게 어떤 건지

사람이 죽는다는 게 어떤 건지 이해한다.


학원에 말벌이 들어와서 난리가 났었다는 이야기를 신 나게 하는 아이에게 조심스레 B얘길 꺼내봤다.


- 너 혹시 B 기억 나?

- Curly hair? (곱슬머리?)


말벌에 쏘인다는 것

친구를 떠나 이사를 한다는 것

사람이 죽는다는 것.


어린 나이에 그 세 가지를

한꺼번에 겪은 B의 이야기를 해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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