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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eon Oct 08. 2021

얼굴 바꾸는 앱이 불편하다

여드름 흉터를 지워주는 '화사하게' 기능을 열심히 사용하던 20대 싸이월드 시절을 지나

흉터 뿐 아니라 코도 높여주고 턱도 깎아주는 스마트폰 뷰티앱 애용 30대를 지나고

이제는 흉터가 있거나 말거나 턱을 깎거나 말거나 사진 조차 찍기 싫은 40대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사진보다는 아이 사진을  찍게  것도 고,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뷰티앱이든 뭐든, 아이들의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알게 되어 앱 자체를 잘 쓰지 않는 것도 있다.

아이들은 원본 그냥 그대로 찍어야 예쁘다.


최근에는 보호자의 얼굴을 동물 모양(특히 말)으로 바꾸어

아기들의 반응을 살펴 보는 기능이 인기인 것 같은데

세상에나 마상에나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100명 중 1명이나 부모의 바뀐 얼굴을 보며 꺄르르르 웃지,

그 중 99명은 경기를 일으키며 울었던 것이다.


자기 애 경기 일으키게 하는 일을 하라마라 훈수두려는 건 아니다.

자기 얼굴을 말로 바꾸든 소로 바꾸든 나야 알 바 아니고

악몽을 꾸더라도 자기 아이가 꿀 일이니.

다만 공개적으로 올리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닌가.

한 명이 그걸 '재밌다고' 착각하고 올리기 시작하고 조회수가 올라가고, 결국 이제는 꾸준히 올라오는 영상이 되어버렸다. #릴스


정서적 학대라고 본다.

앱 속 기능(효과?)에도 나이제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기능은 아기들에게는 써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놓고 나중에 아이가 말 혐오증이라도 생기면 영문도 모른 채 아이를 심리치료센터에 보낼 것 아닌가.

아이가 이유도 없이 말만 보면 경기를 일으켜요, 하면서.




내 사진 찍기는 하지 않게 된 지만

아이와 너무 심심할 , 인별 촬영을 통해 얼굴을 바꾸는 기능가끔 이용한다.

내 아이는 초등학생이라 아기들처럼 그게 진짜라고 생각하며 경기를 일으키며 우는 단계는 아니고

외계인으로 바꾸거나, 서로의 얼굴을 바꾸거나, 가면을 쓰거나 하는 걸 좋아하는데

어느 날,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기능에서 내가 멈칫한 적이 있다.


- 저기.. 이건 좀 아닌데? 엄마는 이거 별로야. 왜냐하면 이렇게 생긴 사람이 있을 수도 있거든. 이렇게 생긴 사람이 어딘가 있을 것만 같은데 그걸 재밌다고, 우습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보라색 피부를 가진 외계인 얼굴은 영화 속에나 있을 테니 오케이

그런데 코가 조금 눌리고, 턱이 좀 늘어났다거나 눈이 찌그러졌다고 해서 까르르 웃어서는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문득 든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 무섭게 생기거나 얼굴에 큰 흉터가 있으면 악역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다르게 생겼다고 해서 꼭 악인인 것은 아닌데 어릴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기 쉽도록 습관화되고 무의식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다.


Jono Lancaster 출처 BBC news

영국에 조노 랭카스터(Jono Lancaster)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선천적으로 안면기형을 갖고 태어나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고 알콜에 의존하던 문제아였지만 친구의 소개로 바에서 일을 하고 부터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영국의 바에서 일하는 안면기형남이라니, 밑도 끝도 없이 취한 영국인들이 그에게 퍼부었을 말들은 안 봐도 비디오이다. 하지만 그는 반대로 자기 얼굴에 관심을 가져주는 '나이스 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고 지금은 전세계 안면기형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활동가가 된 것이다. (BBC News https://www.bbc.com/news/health-11780938)


나는 지금 조노가 살면서 겪었던 수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이스 한' 사람이 되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앱을 아예 만들지도 말자고 말은 못하겠지만

앱이 얼굴이 일그러뜨렸다고 해서 웃지 말자.

나와 다른 것을 탐험하기 위한 앱이어야지, 나와 다르다고 해서 비웃어도 된다는 걸 학습시키는 앱이어선 안 될 것이다.


"우리 이거 하고 나서 웃지는 말자. 이거 웃긴 거 아니야. 네 얼굴로 바꿔주는 앱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사람들이 네 얼굴로 바뀌니까 막 웃어. 기분이 어때?"

"안 좋아."

"그러니까 우리도 웃지 말자."


남의 아이, 남의 부모까지는 모르겠더라도

적어도 내 아이는 전 세계 조노들에게 '나이스'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한번 둘러보면 좋을 인별 계정

Love me, Love My Face Foundation @love.myface

Changing Faces Charity @changingfacesuk

Face Equality Int'l @faceequalityint  

선천적 안면기형을 갖고 태어나 똑같은 아픔을 겪는 전세계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는 영국인 조노 랭카스터 @jonol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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