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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모 그리고 우리말 '삼가다'

by Aeo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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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에 비해 그리 심하지 않은 월요병을 완치하게 해준 월화 드라마가 있었으니 단 2회만을 남기고 있는 KBS2 월화드라마 <연모>이다. 영어제목은 <The King's Affection>.

배우들 연기력이 서사! 배우들 얼굴이 장치! 아니 이럴수가 나 사극좋아하네.

심지어 갓을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김장철에 갓검색하기를 해내었으니 제대로 감겼다고 볼 수 있다.

(갓이 '킹덤' 때부터 해외에서 인기였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다..라고 말하면 마치 갓을 소문으로만 들은 것 같지만 사실 어렸을 때 외할아버지께서 갓을 열심히 쓰고 다니시는 걸 봐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아이템이다.)


그런데 우리말 작가를 하고 있다보니 순간, 안타까움에 오OH 갓GOD! 을 외치게 된 장면이 있었으니..


배우들이 '삼가다'를 '삼가하다'로 소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자.


삼가다

「1」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말을 삼가다.

어른 앞에서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2」 꺼리는 마음으로 양(量)이나 횟수가 지나치지 아니하도록 하다.

술을 삼가다.

문밖출입을 삼가다.

그는 건강을 위하여 담배를 삼가기로 했다.


배우1도 배우2도 '삼가하다'라고 대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노련한 배우3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김상궁 역을 맡으신 백현주 배우님께서 '삼가다'라고 바르게 말씀하고 계셨다. 김상궁 님 역시 믿보배


나는 이것이 배우가 그런 건지, 대본이 그리 되어있던 건지 모르지만 (곧 대본집도 나온다고.. 친필사인북 구매 고고) 어느 쪽이더라도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꼭 '삼가다'가 표준조선말(?)인 것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해외로 널리 뻗어나가는 우리말인데 소저 저어되는 바이옵니다. (죄송합니다. 사실 '소저'는 '아가씨'를 한문 투로 이르는 말로 저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


넷플릭스로 한글 자막을 띄워놓고 보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어떤 건 배우의 말을 그대로 옮기고, 어떤 건 표준어에 맞게 뜨는 걸 볼 수 있는데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다.


영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쳐보니 뜻이 통하는 것으로도 흐뭇한 건 맞다. 영국인 학생이 나에게 '티철, 술 좀 삼가해'라고 말했으면 아마 잘했다고 칭찬했을 거다. 아이구 기특해라,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니? 했을 거다.


그러면 이제 완벽할 타이밍이 아닌가? 뜻이 통했다고 기특만 할 게 아니라 OM갓 감탄할 때도 되지 않았는갓?


길어졌지만 요점은 이거.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이다.

그래야 한드를 보는 내 학생이 내게 '박주서, 술을 삼가시오'라고 말해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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