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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ggie Oct 15. 2015

눈 속의 별

소(小)우주



어젯밤 잠을 자려고 눈을 감자,
촘촘히 박힌 형광색 별들이 파도 치듯 넘실거리고
그들을 응시하자 작은 빨강거미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리고는 폭발하려는 듯이 하얗게 팽창하다가
한 순간 인식하기 힘든 작은 입자로 퍼졌다.
다시 그 입자는 처음의 별들이 되고 지난 과정을 되풀이했다.


눈 속의 우주(사실은 블랙홀의 모습이다.)


나이가 들면서 성적, 진로, 인간관계 등

많은 걱정에 밤에도 고민하느라

언젠가부터는 보지 못했던 별의 떼.

어릴 때는 거의 매일 밤

내 눈꺼풀이 선사하는 우주의 광경을 관찰하곤 했었다.

어린 날의 나름의 스트레스도

눈 속의 우주에 집중하다 보면 저절로 잊게 되고는 했었다.



어떻게 내가 눈을 감으면 우주를 볼 수 있는지 고민하다가도 눈 속 별들의 진화 과정을 관찰하다 보면

오늘 친구와 했던 다툼이, 그리고 하루의 사소한 걱정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달관한 성인의 마음과 비슷했으리라.

난 어쩌면 눈을 감음으로써 이미 어린 나이에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조금이나마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집중해서 응시하지 못하면 별들은 자취를 감추곤 했다.

그래서 나는 별들이 보이지 않는 밤엔

그들을 찾기 위해 오로지 우주에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그날 하루 종일 머리에 지니고 있었던

걱정과 고민들을 쉽게 잊을 수 있었다.

어쩌면 내 눈 속 우주는 치열한 내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혀주는 엄마의 것 못지 않은 자장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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