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fado 를 아시나요?

리스본 Lisboa

by 나예

포르투갈에서 가장 어려줬던 점 중 하나는 저녁 식사를 너무 늦게 한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동네에선 저녁을 대개 9시쯤 먹기 시작하니까 식사 후 한 잔이라도 더 하면 밤 11시, 12시는 예사다. 그쯤 되면 난 테이블에 앉아는 있으나 거의 자고 있는 상태가 되니 남들 눈엔 '저런! 과음해서 뻗었나 봐' 로 보이는 수준이다. 술에 취했든 잠에 취했든 그런 몽롱하고 멍청한 상태로 낯선 밤거리를 걷는 것은 위험한 일이고 특히 내가 이방인 신분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지만 물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 말은 보통은 졸리면 자면 되지만, 잠을 참아야만 하는 순간도 때로는 있다는 뜻이다. 포르투갈의 대표 음악인 '파두(Fado)' 공연 관람이 그랬다. 공연은 대개 식당이나 바에서 볼 수 있는데 공연을 아예 11시부터 시작하는 곳도 있고, 시작 자체는 좀 더 일찍 하긴 하지만 진짜 메인급 가수는 10시 반 이후에 등장한다든가 하는 식이어서 결국 가장 달콤한 알맹이를 맛보려면 심야까지 버텨야만 한다. 그런데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차 있고, 다들 공연에 초 집중을 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 피곤해하는 사람은 부끄럽게도 나와 유모차 안의 아기들뿐이었다.


파두는 1800년대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지만, 1950년대쯤되어서야 포르투갈의 대표 음악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어찌 보면 역사가 오래된 것은 아니다. 파두는 포르투갈의 기존 음악에 브라질과 아프리카의 음악적 요소가 더해진 것이 특징이며, 시시껄렁한 바닥의 문화였다가 점차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이 이웃나라 스페인의 플라멩코와도 조금은 비슷하다. 대신 플라멩코와는 달리 파두엔 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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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사람들의 정서를 설명하는 단어 중에 ‘사우다드(Saudade)’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가 가장 어려운 단어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포르투갈 사람들만이 이해하는 정서라고 한다. 굳이 한국말로 바꾸자면 '그리움'이나 '한' 정도가 될 수 있지만 '그리움'보다는 좀 더 복합적인 단어이고 '한'보다는 덜 구구절절한 느낌이다. 전 세계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단어인 ‘향수(노스텔지어)’와도 다르다고 하니 사실 이방인인 나로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사우다드는 가족을 두고 먼 바다로 나서는 선원들의 마음, 무사히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또 그렇게 떠나는 이를 바라보는 남겨진 이들의 마음, 낯선 곳에서 사무치게 느껴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들의 복합적인 정서라고 한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떠난다는 것은 곧 ‘사우다드’ 인 셈이며, 늘상 고향을 떠나고 또 떠난 이들을 기다리며 살아온 포르투갈 사람들만이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파두에서 노래하는 것이 대개 이 '사우다드'다.


우린 사우다드가 뭔지도 정확히는 알 수 없고 가끔씩 아는 단어가 귀에 날아와 박히는 것을 빼고는 가사도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파두는 노래 뿐 아니라 기타 선율도 무척이나 심금을 울리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모른다 해도 그럭저럭 들을 만 하다. 노래는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부르는데, 이 날은 파두를 잘 모르는 이방인들을 위해 중간중간 밝은 분위기의 대중적인 노래도 섞어 불렀다.


역시, 이만큼이나 줄줄히 글을 썼지만 음악을 글로 설명하는 것은 바보 짓이라는 결론이다. 아직까지 냄새나 맛은 절대 전달할 수가 없지만 다행히도 음악은 전달이 가능하니까, 관심이 생기는 분들은 한번 온라인에서 찾아 들어보시길. 물론 코 앞에서 실제로 듣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조금이나마 어떤 음악인지 감은 잡아볼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가수와 연주자들이 잠시 공연을 멈추고 샌드위치와 맥주로 요기를 하길래, 얼른 식당을 빠져나왔다. 식당 주인이 "넌 더 있어야 해 (You must stay)"라며 만류했지만 어쩌겠는가, 잠이 쏟아지는 걸.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일찍 자던 버릇은 지구 반대편에서도 여전히 내 몸을 지배하고 있구나. 대단한 성과를 내건 못내건, 난 성실한 직장인으로 나름 잘 살아왔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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