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노트 #2
이미 작년 얘기지만 2017년 정유년을 맞이할 시점 즈음엔 여기저기서 닭에 관한 상품들이 쏟아졌었다. 하지만 ‘치느님’은 고사하더라도 사실 닭은 원래부터 우리 생활에 아주 가까이 있는 동물이다. 무속신앙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닭 울음소리에 귀신(도깨비)들은 얼른 달아났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어릴 적에 많이 읽은 기억이 있다. <전설의 고향> 속 귀신들이 닭 울음소리에 기겁하는 장면도 본 것 같다. 닭이 운다는 것은 새벽이 온다는 것이고 죽은 자들이 아니라 산 자들의 세상이 열린다는 것이니 어찌 보면 닭은 죽은 자들을 쫓고 산 자들을 돕는 존재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이와는 반대로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도 있다).
닭은 기독교에서도 꽤 중요한 동물인데 예수를 부인했던 베드로가 뒤늦었지만 자신의 죄를 회개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너는 닭이 울기 전에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다”라는 예수의 말을 떠올리고 눈물 흘린 것은 정말로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난 후였다.
포르투갈에서도 정유년의 한국 못지않게 닭에 관한 상징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이쪽은 특정 연도만이 아닌 ‘언제나’라는 점이다. 포르투갈의 닭은 수탉(장닭)으로 알려져 있으며 희망과 정의를 상징한다. 이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누구에게서 전해 듣느냐에 따라 디테일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같다.
한 청년이 순례길을 걷던 중 바르셀루스(Barcelos)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도둑으로 몰렸다. 결백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교수형을 당할 위기에 처했고 이에 청년은 ‘내가 결백하다면 닭이 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마을엔 닭이 없었고 유일하게 한 마리 남아있던 닭은 통구이가 되어 재판관의 접시 위에 올라있었다. 그런데 이 닭이 접시 위에서 힘차게 울었고, 덕분에 청년의 무고함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포르투갈에 방문하게 된다면 바르셀루스의 닭을 찾아보자. 굳이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곳곳에 널려있긴 하지만 사연을 알고 만나게 되면 조금 더 반가운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우리도 네 마리나 입양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