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커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독특한 커피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동물의 배설물 커피.
이쪽 계통에서 가장 유명한 커피는 사향 고양이의 변에서 소화되지 않고 배설된 커피 생두를 골라내어 만들었다는 루왁 커피인데 인도네시아의 특산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유의 후각을 발휘해 잘 익은 커피 열매만을 귀신 같이 골라 먹는다는 사향 고양이. 루왁 커피가 독특한 풍미를 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되곤 한다.
- 커피 열매들이 소화 효소에 의해 발효되면서 독특한 풍미를 가지게 됨
- 소화 기관 안의 다른 과일과 열매들의 향을 커피 열매가 흡수하면서 커피 이상의 다양한 향을 품게 됨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사향 고양이의 변을 채집하는 것 만으로는 그 수요를 맞출 수 없게 되자 아예 사향 고양이를 집단 사육하는 추세로 바뀌면서 여러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다. 비위생적이고 좁은 공간에 사향 고양이를 가둬놓거나, 다른 먹이는 일절 주지 않은 채 커피 열매만을 먹여 사향 고양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리게 되는 일도 잦다고 한다. (어차피 커피 열매만을 먹고 배설해 낸 커피에는 다른 과일의 향이 베어있지도 않아 자연산 루왁에 비해 풍미도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태국에는 비슷한 방식으로 생산하는 블랙 아이보리 커피가 있다. 일부 5성급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이 커피는 무려 코끼리의 배설물로 만든 커피. 코끼리는 워낙 대식가라 도저히 커피 열매만 먹일 수는 없어 그나마 동물 학대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하기는 하나 이런 커피가 세상에 꼭 존재해야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베트남은 사향 고양이가 아니라 사향 족제비의 변 을 활용한 위즐 커피를 주력 상품으로 낸다. 루왁 커피에 비해 위즐 커피가 가격은 좀 더 저렴한 편. 아직까지 사향 족제비의 사육 실태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코끼리보다는 사향 고양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베트남에서 팔리고 있는 수많은 위즐 커피들이 모두 ‘진짜’ 위즐 커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짜면 가짜인 대로 속은 기분이라 찜찜하고 진짜면 또 진짜인 대로 이용 당하는 동물들 생각에 찜찜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이 고통받아야 한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내 고양이에게는 쩔쩔 매면서 남의 고양이는 지금 내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학대받거나 말거나’ 하며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람쥐 커피는 마음 편히 마실 수 있는 착한 커피다. 베트남 쇼핑 필수템으로 통하는 다람쥐 커피(콘삭)는 다람쥐 배설물 커피가 아니기 때문. 그렇게 잘못 알려졌을 뿐인데 동물의 배설물 커피에는 ‘희귀한 고급 커피’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그런 오해를 은근히 이용하는 걸 수도 있다. 아무튼 다람쥐 커피는 조그만 다람쥐가 오물오물하며 헤이즐넛을 깨물어 먹는 모습을 모티브로 하여 브랜딩에 사용했을 뿐. 어차피 다람쥐는 커피 열매를 먹지도 않는다. 이것이 바로 다람쥐 커피의 귀여운 진실!
베트남 커피에는 베트남식 먹을 거리가 어울린다. 오늘의 간식은 바삭한 바게트 속을 달걀과 고기, 야채로 꽉채운 반미. 고수는 취향껏 :-)
※ 베트남에서 먹었던 반미. 별 것도 아닌데 가끔 그립다.
※ 다람쥐 커피는 마트에 산더미 같이 있어 구하기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