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라요시 그리고 한국, 서울
철제 틀에 밀가루 반죽(풀)을 부어 굽는 빵을 통틀어 풀빵이라고 한다. 풀빵에는 잉어빵과 붕어빵(요즘 '붕어빵'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잉어빵'이지만 그래도 불리기는 여전히 '붕어빵'이다. 두 명칭이 혼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에 이어지는 글에서는 '붕어빵'으로 통합 표기했다.), 국화빵, 계란빵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풀빵의 대표 주자인 붕어빵은 일본의 도미빵(鯛焼き, 타이야키) 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부터 도미는 워낙 귀한 생선이라 쉬이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모양이나마 흉내낸 빵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도미빵이 한국에 들어오며 가장 흔한 생선인 붕어를 본따 붕어빵으로 바뀌었다고. 그에 반해 계란빵은 한국,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인천의 모 대학교 앞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이 유입될 때 그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가 덧입혀지며 '현지화'되기 마련인데 도미가 붕어가 된 것은 꽤 재미있는 포인트다. 어차피 먹지도 못할 값비싼 도미 따위를 어설프게 빵으로 만들어서 먹는 시늉하며 자위하느니 차라리 물가에서 발에 채일 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붕어로 하겠다는 청개구리같은 정신. 그런 정신에 미루어볼 때, 붕어빵이 서민간식이라고 불리는 것은 비단 그 저렴한 가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붕어빵은 단팥으로 속을 채운 것이 원조지만 요즘은 슈크림이나 크림 치즈, 고구마, 아이스크림 등으로 속을 채우는 경우도 생기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렇지만 붕어빵의 속이 아무리 다양해진다고 해도 절대로 실제 붕어는 들어가지 않는다. 붕어를 통채로 넣었다가는 얇은 밀가루 풀이 익는 짧은 시간 동안 속은 전혀 익지 않을 것이고 살을 발라서 다져 넣는 정성을 쏟자니 단가가 맞지 않는다. 거기다 기본적으로 민물 고기는 비리니까. 이렇듯 붕어빵에는 붕어가 들어있지 않으니 붕어를 닮은 그 모양새에 정체성이 있고, 계란빵은 모양새보다는 계란 한 알이 오롯이 들어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붕어빵은 붕어 모양 틀을 구비하지 않는 한, 집에서 만들 수가 없지만 계란빵은 가능하다.
붕어빵은 오다가다 곧잘 눈에 띄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찾으려고 하면 만나기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다. 오죽하면 '붕세권'이라는 말이 다 있을까.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이 올 즈음 부터 붕어빵은 조금씩 거리에 나타나겠지. 아무래도 완연한 찬 바람이 나기 전까지 붕어빵을 찾는 일은 포기해야할 것 같다. 그 때까지는 냉동 붕어빵으로 연명할 예정!
※ 풀빵 파는 곳을 찾을 때, '대동풀빵여지도' 를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