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가스
어렸을 적에 가장 좋아했던 빵은 슈크림이었다. 소보로빵이나 초코 소라빵이 아니라 슈크림이었던 걸로 보아 어릴 적부터 나름 고급진 입맛이었던 것 같다.
그 시절에는 지금만큼 빵이 다양하지 않았고 그 중에서도 슈크림은 한 입거리 주제에 꽤 비쌌다. 그 때는 ‘어른이 되어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많이 사먹어야지’ 라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돈을 많이 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슈크림을 못 사먹을 정도는 아닌 어른이 되었다. 대신 이제는 살이 찔 것 같아 그렇게 못하고 있다.
조그만 양배추를 닮은 빵 안에 커스터드 크림이 가득 들어있는 슈크림. ‘chou’는 양배추라는 뜻의 프랑스어이니 나만 이 빵이 양배추를 닮았다고 느낀 것은 아닌 것 같다. 간혹 안에 생크림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진짜 슈크림이라고 할 수 없다. 오늘도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있는 진짜 슈크림과 라스베가스 출장에서 모셔온 스타벅스의 시티 에스프레소 잔으로 신경써서 상을 차렸다.
라스베가스는 화려한 호텔과 거대한 카지노로 대표되는 도시다. 하지만 나의 상상과 다르게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는 누군가의 인생이 끝장날 가능성이 있는 도박판이라기보단 마치 재미난 게임기들이 가득한 오락실 같아 보였다. 물론 재미삼아 두어번 경험해보는 도박조차도 내 가치관에는 위배되는 일이라 같이 출장을 간 동료들을 따라 남의 블랙잭 테이블을 슬쩍 구경하는 것에 그쳤다.
카지노에는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있다. 그 분위기는 누구에게나 한번 쯤은 일확천금을 꿈꾸게 한다. 대박이 터지면 과연 슈크림을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앞서 이미 언급했듯 슈크림을 잔뜩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만은 아니다. 그 때는 개인 PT도 붙일 수 있고 몸매관리와 식단관리도 받을 수 있을테니 한번쯤은 실컷 먹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아무 때나 실컷 연어를 먹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고 했다. 짜증나는 일은 고소하고 부드러운 연어로 배를 채우고 나면 잊게 된다고. 나에게는 슈크림이 그런 존재이건만 마음만 그러할 뿐 한번도 왕창 먹어본 적이 없다. '살좀 찌면 어때서'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걸 빼는 과정은 너무 괴롭기 때문에 애당초 먹는 일을 포기하는 편이 더 쉽다. 아무튼 살 찔 걱정에 슈크림을 양껏 먹을 수 없다는건 몹시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