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예 Jun 21. 2020

나의 취향 서가 / 상

내가 SNS에 업로드한 책 리뷰들에는 '굉장히 다양한 책을 읽으시네요'하는 댓글이 달리곤 한다. 나는 호기심 돋는 참견쟁이라 이 문 저 문을 다 열어보는 편이고 아니다 싶으면 '그래도 완독은 해야 하는데' 하는 압박 없이 바로 그 문을 닫는다. 세상엔 열어 볼 수 있는 문이 엄청나게 많으니까. 그래도 선호하는 문의 모양새나 색깔이 있기는 해 나 스스로가 책에 대한 편식이 없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SNS 상에서 책 구매 인증샷, 일명 ‘책탑’ 사진을 보면 대략 비슷한 시기에 구매한 책들은 누가 장바구니를 일률적으로 채워준 것 마냥 대개 비슷비슷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책 구매에만 나타나는 일은 아니기도 하고 보통은 그 시점에 발간된 신간 위주로 구매하다보니 어쩔 도리 없이 비슷해지기야 하겠지만 내가 고민고민해서 갖춰놓은 우리 집 서가나 남의 집 서가가 결국은 다 천편일률적으로 생겼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또 그것대로 서운한 노릇이다.


이렇듯 많은 이들은 "나는 나의 취향에 맞게 나의 의지로 내가 원하는 책을 선택한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그 선택지가 온전할까. 보통은 메스컴이나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어 잘 알려진 책 안에서 선택하게 되니 이런 생각 자체가 착각일 수 있다는 점이 조금 두렵기도 한데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확실히 알게 되면 이런 '휘둘림'에서 그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 경우에는 내가 유달리 즐겨 읽고 좋아하는 책들은 따로 모아 <oo 서가>, <xx 서가>라고 이름을 붙여 꾸려두었는데 이런 사소한 행위 하나하나가 읽는 일을 즐겁게 하고, 읽는 일이 즐거워지면 쓰는 일 또한 자연히 더욱 즐거워진다. 이 서가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기에 그 구분도 느슨하고, 명확한 규칙이 적용되는 것도 아니지만 대략 이런 식으로 나뉜다.


- 자연서가 & 고양이 서가

- 음식 서가

- 특정 작가를 위한 서가


물론 그때 그때 끌리는 책으로 채워넣은 경우도 많다보니 이 서가에 포함될 수 없는 책들이 훨씬 더 많기는 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패하기 싫은 것은 사람으로서 누구나 다 갖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뭘 선택하든 그 선택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데 ‘내가 세운 기준으로 인해 실패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의견, 미디어의 추천, 전문가의 조언에 매달리고 더 나아가 집착하기도 한다. 실패를 줄이는 것 자체도 의미는 있지만 나만의 기준으로 실패도 해보고 그 과정에서 그 기준을 다시 세우기도 하면서 끝내는 나만의 해결법을 찾게 되는데 이런 시행착오를 하지 않으면 결국은 비슷비슷한 서가를 갖게 되고 남들과 비슷한 책만 읽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은 내 취향이 뭔지도 모른 채로 ‘이게 내 취향이야’하고 오해하며 말이다. 안정적인 길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만의 길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특히 ‘책 읽기’가 생업이 아니 취미인 경우엔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고 한 번쯤 모험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책은 충동구매용 상품이라고 믿는다. 기본적으로 특정한 책은 다른 책으로 대체가 불가능하기에 오래도록 비교분석, 심사숙고한다고 딱히 다른 결론이 나지는 않는다. 다만 여기서의 ‘충동’이란 무절제한 소비, 낭비와 통하는 충동이 아니라 그보다는 ‘(저 책을) 읽고 싶다’, 더 나아가 ‘(저 내용에 대해) 알고 싶다’는 지적, 문화적 충동을 의미하는데 요즘은 여러모로 이런 충동을 느낄 기회도 여력도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 아래 서가들에 대해 소개합니다.

- 자연서가 & 고양이 서가

- 음식 서가

- 특정 작가를 위한 서가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친애하는 독립 서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