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춘서점]
어떤 면에 있어 제주는 서점 천국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만춘서점은 네임드 오브 네임드로 꼽히는 곳 중 하나. 한가로운 풍경 앞에서는 시간도 절로 느려지는 것 같고, 느려지는 시간 속에서 '한숨 돌릴 겸 나도 책 한 권 읽어볼까?' 하는 감상이 절로 떠오르는 것이야말로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회벽 건물이 1호점, 그 바로 옆 나란히 자리한 붉은 벽돌 건물이 2호점인데 큐레이션 등이 미묘하게 다르다. 개인적인 취향은 2호점이었던 걸로.
[괄호]
조천 주택가 골목길 빈 집에 위치한 괄호. 무인 '서점'이라 안내는 되어있지만 그보다는 엉덩이를 붙이고 헌 책을 읽으며 잠시 쉬어가는 공간으로 보였다. 괄호는 헌책에 대한 기억을 모아두는 장으로써 기능하는 공간으로, 서로의 헌책을 읽어내는 일만으로도 은연중에 정립되는 관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들를 만큼 규모가 크다거나 구경거리가 즐비한 곳은 아니니 이 동네 산책할 때 슬쩍 들러보면 좋을 것 같고, 바닥에 박힌 책을 빼내어서 읽는건 아니라는ㅋㅋ 책은 서가와 테이블 위에 따로 있음!
[캔북스]
이전부터 꼭 한번 들러보고 싶었던 미술 책방인 캔북스. 미술 도록과 해외 서적 위주로 구비되어있으며 대개는 파손방지를 위해 비닐 포장이 되어있어 이것저것 들춰볼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곳은 아니다. 보통의 서점은 자유롭게 들락거리며 이것저것 들춰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지만 이는 양날의 검 같은 운영방식이기도 하다. 인증샷만 찍고 책도 적당히 들춰만 본다거나, 혹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읽어버린 후 사지 않고 휙 가버리는 경우도 많기에. 이런 경우 책이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여름이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아이스커피를 판매용 책 위에 올려두는 분들, 은근 많다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입고가 어렵고 컨디션이 중요한 책일수록 미리 열어볼 수 없게, 표지가 오염되지 않게 단단히 포장해둘 수 밖에. 여기는 컨셉이 분명한 곳이라 다들 이런 부분은 감안, 작정하고 찾아오시는 찐 손님 위주로 운영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술 서적에 관심 많으신 분들은 꼭 한번 들러보시길. 제주 시내여서 공항 오갈 때 들르기 좋은 위치다.
[북다마스]
제주에서 만난 깜찍한 독립서점 북다마스. 그간 이동도서관은 많이 봤어도 이동책방은 처음이다. 생각해보면 도서관은 되는데 왜 책방은 안돼? 싶기도. 사장님이 책을 다 들고 다니시기 때문에 취급하는 책의 수가 많지는 않고, 대개는 독립출판물들이다. 요 다마스를 우연히 만나면 행운이 온다는 전설도 있는데 전설 따위는 믿지 않는 편이라.. 이 방법보다는 북다마스의 인스타 피드에 공지된 장소를 확인하고 그 쪽으로 찾아가는 것을 추천. 또한 제주도는 상상 이상으로 넓고, 한라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없는 관계로 빙 둘러 다녀야 해 이동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림을 감안하시길.
[그리고서점]
애월읍 수산 저수지 옆에 위치한 동네 서점. 생각보다 많은 책이 있고 큐레이션도 훌륭하다. 위치상 유명 관광지 근처가 아니어서 지나가다 우연히 들를 일은 없어보여 작정하고 찾아가야할 곳 같고, 그런 수고를 '단 한 컷의 사진'으로 보상해줄 만큼 인스타 감성스러운 분위기도 아니기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런 류의 어수선한 행위들로 소비될 만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 서점으로서는 굉장한 강점이라 생각된다. 역시 책은 차분하게 들여다보고 찬찬히 열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