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치, 에취? 에츠, 에취어, 에취이, 에춰!

사랑과 재채기는 속일 수 없지

by 헤이란

엄마 흉내를 낸다며 아이가 하는 말이 "에치, 에취? 에츠, 에취어, 에취이, 에춰! "
내 재채기를 흉내 낸 거라는데 정작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설마 내가 저렇게 했다고? 그럴 리가 없다고 하니 아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방금 전에도 재채기 연달아 일곱 번 했어. 어떤 날은 열 번하고."

한마디로 정리하지면 소리는 기괴해지고 횟수는 점점 느는 중이라는.

슬프지만 재채기도 나이를 먹는다. 소프라노와 알토가 섞인 시간차 화음이랄까. 답답함이 시원함으로 바뀌는 감정선의 변화도 관람팁이다. 단, 재채기가 절정에 치닫는 순간에는 소리가 다소 클 수 있으니 유의해달라는 당부도 넣는다.

변명을 하자면, 나의 재채기는 원래 이렇지 않았다. 소란하지 않고 깔끔한 편이(었)다. 장소에 따라 재채기 음량을 조절할 수 있어서 시험을 보다 재채기가 나면 소리를 꿀꺽 삼키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재채기 소리가 유난히 컸다. 그 재채기 소리에 놀라 숟가락을 놓친 적도 있다. 배려가 부족하다고 흉을 봤는데 재채기를 붙잡는 끈이 헐거워져서 그런 걸, 그땐 몰랐다. 나이도, 재채기도 숨길 수 없었던 거다.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숨길 수 없는 게 많아지는 걸지도 모른다. 차라리 잘 되었다. 용기가 없어 꺼내지 못한 마음도 그대로 전해지길. 사실은 고맙다고.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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