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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12. 2020

손발 찬 여성을 위한 솔순청

어느 화가의 밥상 C




솔순 채취 시 송화가루는 보너스



우리 아늑한 시크릿 가든에 오월이 왔다.

경계 쪽에 낮은 소나무 조경이 되어 있는데

잎이 두 잎인 것으로 보아 조선 소나무다.


오월 초의 솔순이 좋다 한다.

솔순을 따서 효소를 만들려고 건드렸더니

뭔 먼지 같은 것이 확 퍼진다.

솔순을 따려는데  송화가루도 얻는 격이다.

일석이조, 일타투피?

송화가루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땄다.

오월 초 보름 간만 가능하다니 놓칠 수 없지.


조선조 기록에 보면 궁궐에서도

송화가루와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섞어서

다식을 만들기도 했다던데.

이 시대에 다식은 채취의 노고에 비해

너무 양을 많이 잡아먹어 아니 될 말이다.


송화가루는

그냥 살라드 위에 살짝 뿌리는 것으로...

그리고 이건 꿀팁인데, 

장 담글 때 소금물을 메주에 부을 때

같이 넣는 것으로...




솔순청,

어느 스님인지는 모르겠는데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명약이란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솔의 청명한 맛은 적어도 인정한다.


솔순청을 만들려는 것은

딸아이가 손발이 차서 걱정하기 때문이다.

해줘도 먹는다는 보장은 없으나

애비는 일단 하고 본다.


만드는 방법이야 매실청 만드는 거나 같다.

솔순을 꺾어서 설탕과 켭켭이 쌓아

100일을 묵혀 엑기스와 

내용물을 분리하면 되겠지. 

천연 설탕이 아니더라도

당분은 효소화 되고 나서는

몸에 좋은 성분이 되므로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전문가에게서 얻은 고급 정보다.




이 와중에 나도 얻는 것이 있다.

남는 솔순으로 솔순술을 담가 놓을 참이다.

솔로 담글 수 있는 술은

솔잎주, 솔방울술, 솔순술이니.

솔방울술이 제일 쎄다.

쎄다는 것은

송진이 많다는 것이다.

송진이 많아서 솔방울술이 독한 맛이 나지.

서양에선 진토닉의 진이라는 술이

송진과 관계있지 싶다.

진해서 토닉을 카테일 해서 먹는 것이고.


솔방울에 비하면 솔순은 송진이 아주 연하고

끈적임 정도가 낮다.

한약방에서 송진도 말려

가루 내서 약재로 쓰기도 하니까

굳이 송진을 빼려고

흐르는 물에 3일 담가 놓고 이틀 말리고를

해 줄 필요 없다고 본다.


송진 걱정할 거면

솔잎주를 담가 먹으면 되는 거다.

나야 입가심이나 향료로 쓸 예정이니 상관없다.


솔잎주는 맛과 향이 일품인 것은 알지만

솔순술은 어떨지?

더운 여름에 시원한 물에 타서 마시면 

정신까지 청량해질 것을 기대해 본다.






솔순


송화가루


 



솔순과 솔방울 물에 이틀 담가 송진 빼기





솔순청


솔순술


솔방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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