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10
해장국으로 장안에서 유명한 집은
80여 년 3대를 이어 온 '청진옥'이다.
종로 1가 청진동 골목에 있었다.
서른 중반 대에 야근할 때 가 본 것이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줄이야!
낱지만 넓은 한옥집이었다.
야밤인데도 사람으로 꽉 차 있었다.
뚝배기에 나오는 해장국은
가히 족보 있는 해장국답게
이것이 해장국의 정석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조선간장의 간이
짠 듯하면서도 적당했고
진하지도 덜 하지도 않은 맑은 육수.
종로 1가 일대가 빌딩이 들어서면서
청진옥은 현대식 건물로 들어갔겠지.
한옥집 분위기가 좋았는데...
낙원동에 60년 전통의 '소문난 해장국집'을 알게 되고는
청진옥을 가질 않게 되었다.
내 몸이 소 지방을 분해 못 하는 이상 체질이라
소고기 국물 맛이 진한 청진옥을
무의식적으로 멀리 한 듯.
소문난 해장국집이 땡기는 건
고기가 보이지 않지만
유사한 맛의 해장국이기 때문일 것이다.
난 그것이 조선 장맛과 얼갈이의 조화라고 본다.
큰 솥에서 해장국을 뜨고
후춧가루 조금 얹어 주는 것이 다이다.
허기사, 15년 전에 1500원이었는데
지금은 500원 오른 2000원이니
고기가 있을 턱이 없다.
이 해장국집은 내게 얼갈이가
얼마나 매력적인 식재료인지를
각인시켜 주었다.
나도 얼갈이 해장국을 해봤다.
유사한 맛이 났다.
얼마나 다행인가!
된장국에는 무시래기 만한 것이 없고
간장 해장국에는 얼갈이배추 만한 게 없다.
맑게 끓여 내는 청진옥 선지 해장국
소문난 해장국 솥
얼갈이 해장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