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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15. 2020

약콩나물 비빔밥

어느 화가의 밥상 11



약콩으로 불리는 

쥐눈이콩



어려서 길 건너 집이 콩나물 공장이었다.

많은 식구 밥 해대야 하니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콩나물 밥이나

수제비를 먹었지 싶다.

콩나물이나 수제비는 반찬이 필요 없으니까.

양념 간장만 있으면 되었지.


어머니는 콩나물 사오라고 늘 내게 시키셨다.

공장 안은 어두웠고 습한 분위기.

나무 사과 박스에 빼곡했던 

콩나물이 지금도 생생하다.

5원이면 한아름 신문지에 담아 안고 왔다.


어머니는 가마솥에 나무 때서 

콩나물을 얹어 밥을 하셨다.

가마솥 뚜껑을 열었을 때 김이 많이 나서

조금만 열어 김을 빼고 

이어서 무거운 뚜껑을 밀어 

삼분의 이를 열어 걸쳐 놓으셨지.

그리고는 

밥을 콩나물과 같이 저어 줄 때

뜨거운 김이 또 났지.


콩나물밥은 괜찮았다.

그러나 

수제비가 문제였다.

역한 냄새가 나는 3등급 배급 밀가루였으니.

그 기억이

커서 수제비 기피증을 생기게 했다.




쥐눈이콩을 시골 사람들은 약콩이라 한다.

그들이 하는 말은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

오랜 세월 체화된 데이터이기에.


약콩은 좀 비싸지만

각종 영양소 풍부하고

뼈도 튼튼하게 해주고

피부를 탱탱하게 해준단다.

혈액 순환 촉진은 덤.


약콩으로 콩나물을 키웠다.

바닥 물을 부은 찜통에 

반나절 불린 콩을 넣고 

물 적신 검은 천으로 덮어 놓기만 하면 된다.


일주일도 안 되서

콩나물이 되었으니

반은 콩나물밥과 해장국에 넣는데 쓰고

반은 모종을 할 요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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