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11
약콩으로 불리는
쥐눈이콩
어려서 길 건너 집이 콩나물 공장이었다.
많은 식구 밥 해대야 하니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콩나물 밥이나
수제비를 먹었지 싶다.
콩나물이나 수제비는 반찬이 필요 없으니까.
양념 간장만 있으면 되었지.
어머니는 콩나물 사오라고 늘 내게 시키셨다.
공장 안은 어두웠고 습한 분위기.
나무 사과 박스에 빼곡했던
콩나물이 지금도 생생하다.
5원이면 한아름 신문지에 담아 안고 왔다.
어머니는 가마솥에 나무 때서
콩나물을 얹어 밥을 하셨다.
가마솥 뚜껑을 열었을 때 김이 많이 나서
조금만 열어 김을 빼고
이어서 무거운 뚜껑을 밀어
삼분의 이를 열어 걸쳐 놓으셨지.
그리고는
밥을 콩나물과 같이 저어 줄 때
뜨거운 김이 또 났지.
콩나물밥은 괜찮았다.
그러나
수제비가 문제였다.
역한 냄새가 나는 3등급 배급 밀가루였으니.
그 기억이
커서 수제비 기피증을 생기게 했다.
쥐눈이콩을 시골 사람들은 약콩이라 한다.
그들이 하는 말은 허투루 들어서는 안된다.
오랜 세월 체화된 데이터이기에.
약콩은 좀 비싸지만
각종 영양소 풍부하고
뼈도 튼튼하게 해주고
피부를 탱탱하게 해준단다.
혈액 순환 촉진은 덤.
약콩으로 콩나물을 키웠다.
바닥 물을 부은 찜통에
반나절 불린 콩을 넣고
물 적신 검은 천으로 덮어 놓기만 하면 된다.
일주일도 안 되서
콩나물이 되었으니
반은 콩나물밥과 해장국에 넣는데 쓰고
반은 모종을 할 요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