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F
고향집에 아직도
박도 키우며 살고 계신 어머니가 있는
초등 동창이 있다.
그 친구 별명은 뽈록이다.
배가 터질 듯 해
내가 지어준 거다.
뽈록이는 주장한다.
그건 인격이라고.
지식과 교양이 흘러 고인 거란다.
매년 키운 박을 수확하면
동창들에게 박아지를 돌리는
정서를 갖고 있는 그이다.
난 박아지 보다 씨를 달라했다.
어느 건설 현장 사무소 입구에
소장이 박을 심었다는데
주렁주렁 색도 신선한 것이
참 보기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이다.
씨는 작년에 받아 놨어서
올해 심을 공원이 생겼다.
집에서 물에 적신 키친타월에
놔서 싹이 나니 신기했다.
굵고 튼실하게 쑥쑥 자라는 모습이
멋졌다.
텃밭과 공원 경계에 있는
두 구루 나무들 밑에
나무 타고 올라가라고 네 모 심었다.
나무에 박이 주렁주렁 달릴 것을
생각만 해도 풍요롭다.
이 순간만큼은 흥부의 심정이다.
여름에 연한 박을 따면
박고지를 말려서 무쳐도 먹고
박고지와 낙지를 넣고 연포탕도 먹을 참이다.
기대가 된다.
다른 거 먹다 보면 그날이 곧 오겠지.
그러고 보니
여름서부터 가을까지 말릴 일이 많겠네.
말리는 것은 훌륭한 저장법 중 하나지.
말린 것으로 겨울을 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