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Jul 07. 2020

뿌리 있는 채소는 모종보다 낫다

어느 화가의 밥상 G




모종을 키워 심어 먹기에는

인내심이 허락 안 하는 것이 있다

어느 세월에...

자라기 만을 기다릴 수 없는 거

아침 해장국에 꼭 들어가야 하는 거

얼갈이와 파, 마늘


다듬지 않은 뿌리 채의 이것들을 샀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깥 부분은 떼어내어

급한 대로 해장국에 넣고

속은 뿌리를 텃밭에 심는 거다

이제부터는

자라는 대로 잘라먹는 거야


얼갈이 한 단에 2,600냥

뿌리가 열아 개나 된다

한 뿌리에 백오십 원, 

다 키운 것인데도 모종보다 싸다. 

평생 살면서 이런 횡재를 언제 맞봤던가!


집에 와서 해장국에 넣고 맛을 보니

앵? 연한 맛이 아니다.

얼갈이는 다 같은 배추인 줄 알았는데

이건 얼갈이 무일세.

얼갈이배추만은 못해도 

그런대로 먹을 만은 했다

이런 무시래기 종류는

된장을 더 풀어야 조합이 맞지 싶다


겉잎들은 따서 해장국에 넣어 며칠을 먹었고

열 개 넘는 속잎 달린 뿌리는 텃밭에 심었다

물을 이틀 정도 주니 실하게 잘 자라고 있다




뿌리 있는 채소 구입이 결론이다

즉시 먹을 수도 심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도 모종보다 싼 가격에.










작가의 이전글 물과 밥의 만남 4,  눌은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