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G
모종을 키워 심어 먹기에는
인내심이 허락 안 하는 것이 있다
어느 세월에...
자라기 만을 기다릴 수 없는 거
아침 해장국에 꼭 들어가야 하는 거
얼갈이와 파, 마늘
다듬지 않은 뿌리 채의 이것들을 샀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바깥 부분은 떼어내어
급한 대로 해장국에 넣고
속은 뿌리를 텃밭에 심는 거다
이제부터는
자라는 대로 잘라먹는 거야
얼갈이 한 단에 2,600냥
뿌리가 열아 개나 된다
한 뿌리에 백오십 원,
다 키운 것인데도 모종보다 싸다.
평생 살면서 이런 횡재를 언제 맞봤던가!
집에 와서 해장국에 넣고 맛을 보니
앵? 연한 맛이 아니다.
얼갈이는 다 같은 배추인 줄 알았는데
이건 얼갈이 무일세.
얼갈이배추만은 못해도
그런대로 먹을 만은 했다
이런 무시래기 종류는
된장을 더 풀어야 조합이 맞지 싶다
겉잎들은 따서 해장국에 넣어 며칠을 먹었고
열 개 넘는 속잎 달린 뿌리는 텃밭에 심었다
물을 이틀 정도 주니 실하게 잘 자라고 있다
뿌리 있는 채소 구입이 결론이다
즉시 먹을 수도 심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도 모종보다 싼 가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