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16
소금기를 위해서
소금기를 핥기 위해
산양들은 아슬아슬한 벼랑 위에
올라가 서 있다.
쌀을 물 붓고 끓이면 밥이요
채소를 소금에 절이면 김치가 된다.
한국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여기서 시작한다.
물은 탄수화물의 거친 것을 먹기 좋게 해 주고
소금은 채소를 오래 보관하며 먹게 해 준다.
산양이나 사람이나
다 먹기 위한 존재들이다.
요즘 의사들이 말하는 저염식이 좋다는 말,
조사해보니 서양의 어느 한 의사의
편협한 진단에서 시작되었다 한다.
근거가 확실하지도 않은데
왜 의사들이 다 저염식을 추천하는지?
병 하나 잡으려다 골병들 수도 있다.
의학계에도 유행이 있나 보다.
가장 원초적인 반찬으로
짠지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처음부터 생각해보자.
무를 오래 두고 먹고자 소금에 절였다.
골고루 절여지려면
소금물에 잠겨 있으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주머니들은 고추씨를 넣는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짠지 담그는 철은 무가 나오는 늦가을이란다.
늦가을까지 언제 기다리누
당장 짠지가 떨어져 가니 담갔다.
절이고 이틀 후에 소금물만 부어주면 끝.
물과 소금만 있으면 원초적 식사가 가능하다.
물만밥에 짠지 한 덩이 얼마나 개운한가!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완전식품으로 달걀이 있다.
달걀도 끓는 물에 깨서 넣어 반숙이 되면 꺼내어
역시 소금을 쳐서 먹는다.
달걀은 닭알이 굳어진 말이다.
초등학교 때
작은아버지 젊어서 집에 닭장이 있었다.
매일 닭이 알을 낳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