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가의 밥상 17
사람은 커서도
어느 상황에 처해 대안이 없으면
은연중 부모가 했던 것을
답습한다지 않더냐.
그래서 결혼 상대를 점지할 때
어느 부모 밑에서 컸는 지를 보는 것 같다.
어머니가 개성 분이시다.
개성 사람들은 오이지와 장땡이면
여름 한 철 난다 했다.
그래서 여름이면 밥상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 오이지였다.
이 또한 어머니가 생각나는 반찬이다.
어려서 먹고 자란 것이
평생 간다는 말이 맞다.
벼르고 벼르다 처음으로
오이지를 담갔다.
오이지 담그는 오이는 백오이 라야 된단다.
오이소박이도 백오이.
백오이는 일반 오이에 비하여 색이 흰 편으로,
연녹색을 띠는 오이.
주로 4~5월에 수확하며,
물기가 많고 쓴맛이 덜하다고 한다.
특히, 오이 특유의 향이 진하고,
육질이 단단해 절임용으로 사용된단다.
오이지용 오이가 따로 있다니!
백오이도 배방 노지 오이가 좋단다.
노지 오이이니 일반 하우스 재배 오이와 달리
년 중 3개월 동안만 수확할 수 있다는데
배방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
오이지 담그는 것은 쉬워도 너무 쉽다.
생각이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다.
오이를 사다 놨으니 소금만 있으면 된다.
짠지 담그는 것과 유사한데
짠지는 소금에 먼저 절이고
끓이지 않는 소금물을 부어줬었다.
오이지 담그는 것은
소금물을 끓여 끓은 물이 한소끔 나가면
더운 소금물을 오이에 부어주면 끝.
더운물 채로 부어주는 현상 원리는 모르겠고
그래야 오래 두고 먹어도 속이 물러지지 않고
아삭아삭하고 존득하댄다,
기본 여름 반찬이 되었으니 뿌듯하다.
이제 급히 배고파도
찬밥과 오이지만 있으면
뚝딱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