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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27. 2020

소금에서 장으로 2

어느 화가의 밥상 H



장의 엑기스, 씨간장



콩을 오래 두고 먹으려고

소금 처리를 함으로써 

된장도 나오고 

간장도 만들어진 것은 알았다.


소금 대신 간장을 넣은 음식도

꽤 애들이 잘 먹고 

어른들의 칭찬도 들었다.

칭찬에 고래도 춤춘다고

장 담그는데 신경 좀 쓰게 되었다.


머리 뒀다 뭐하냐는 소릴 안 들으려고

며늘 아이는 생각 좀 해봤다.

약콩으로 하자니 아깝고

물도 약수물을 쓰면 제일 좋겠는데

물 길어 오기 너무 멀다. 

장은 콩과 소금과 물로 만드는 거니,

장맛이 좋으려면?

아무래도 소금이 제일 좌우할 것 같았다.

물건을 모르면 값을 더 쳐주라고

비싼 토판염 소금을 샀다.

그랬더니 동네서 소문까지 나게 되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같은 토판염이라도

3년 간 간수 빠진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단맛과 쓴맛으로 나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후론 전보다 신랑에게 

사랑을 더 받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통찰력이 생기는 법이다.

며느리 솥뚜껑 운전 몇 년인데.

된장은 1년에서 3년까지가 맛이 좋다.

그러나 곰팡이의 진한 발효의 맛은

3년 지난 것이어야 된다는 것을 

입맛 까다로우신 

시아버니를 통해 알게 되었다.

3년 이후부터는 발효의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맛은 비슷했다.

3년 지난 된장 항아리를 따로 잘 관리했다.


장은 뭐니 뭐니 해도 된장보다 간장이었다.

1년 된 간장은 맑은 장이지만

해가 거듭한 간장은 찐득찐득해진다.

이상한 수정체도 생기고 해서 버리려 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께 혼줄이 났다.

대대로 내려온 씨간장을 

저년이 버리려 했다고

동네방네 떠드시고 다니시는 바람에

며늘 낯이 뜨거웠다.

시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다.


그리고는 알게 되었다.

씨간장이 그 깊이의 차이가 많다는 것을.

햇간장이라도 씨간장을 탄 간장은

차원이 다른 간장이 되었다.




소금물에 삶은 콩 말린 것을 담근 결과

소금 대용할 간장과 된장이 탄생했다.

이것들은 소금의 훌륭한 파생 상품이다.

파생 상품의 장점은 

고기든 채소든 뭐든지 그 안에 재두거나

박아 놓으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가

장맛 좋은 집이 희귀한 시대에 되었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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