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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26. 2020

소금에서 장으로 1

어느 화가의 밥상 H






장이 만들어진 사연



콩이라는 곡식을 채취해

그냥 먹기에는 딱딱하고 비리다.

콩에 물을 부어 삶으니 

부드러워져 먹을 만했다.

콩을 불려서 갈아서 물을 부어 끓이니 

비지가 되었다.




가을에 콩을 수확해서

삶은 콩을 한 번에 많이 으깨서 뭉쳐 놓으니 

매번 삶지 않아 좋았다.

그것을 메주라 부르기로 했다.

먹을 때마다 잘라먹으면 되게 되었다.


많이 해 놓은 메주를 보관하려니

말려야 했다.

황토방에 불을 때니 방 안에서 말렸다.

곰팡이가 너무 껴서 보름 후에는

밖에 널어 말려야 했다. 

처마 안벽에

새끼를 꼰 새끼줄로 매어 달았다.

새끼줄에 매단 것이

곰팡이가 생겨 묘한 맛이 낫다.

그래서 방에서 말리던 것들도

 짚을 대 주었다.

그 과정을 메주를 띄운다고 부르기로 했다.


같은 방법으로 콩이 아닌 보리로 하면

누룩이 되었다.

누룩을 띄울 때는 

아예 보리 반죽 덩어리를 짚 위에 얹었다,




마른 메주를 계속 놔둘 수가 없었다.

너무 띄우면 맛이 써진다.

그래서 썩지 말라고 소금물에 담가 봤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소금물 위에 숯불을 피어 넣어줬다.

다른 맛도 배라고 말린 고추와 대추도 띄웠다.

역시 소금은 천연 방부제여.

오래 두고 메주를 꺼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다 보니 소금물의 소금의 양은 

달걀이 뜰 수 있는 정도가

좋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한 메주를 넣기 전에

항아리 바닥에 황태를 한 마리 넣으니

맛깔이 더 낫다.

맛깔은 필경 아미노산 때문일 것이다.




소금물에 메주를 너무 담가 놓으면

메주가 짜져서 안 되겠길래

메주에 소금물 간이 배었을 무렵인 두 달 후,

메주를 건져 냈다.

이 과정을 이름하여 장 가르기라 했다.


남아 있던 소금물에서

곰팡이 선 메줏물이 우러나와

진한 색을 띠었다.

소금이 귀한 것이고

무엇보다 비싼 것이라 버릴 수는 없었다.

그 진한 색의 소금물을

소금 대용으로 쓰기로 하고

소금처럼 간간한 맛을 낸다 하여

간장이라 명명했다.


된장을 건져낸 항아리는

간장 항아리가 되었다.

아직 햇간장이라 맛이 안 들었다.

오래된 씨간장을 부어줬다.



건져 낸 간이 밴 되직한 메주를

된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간이 배었으니

다른 항아리에 담아 보관해도 상관없었다.

항아리에 잡균이 있으면 

장맛이 버려 버린다.

항아리에 담기 전에 항아리를 소독한다.

짚에 불을 붙여 고루 안을 소독하고

항아리를 뒤집어

연기와 더운 기운으로 재소독이 되게 했다.

그것이 번거로워 식초물로 행거도 봤다.


건져 낸 메주를 항아리에 많이 담고

속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메주를 주물렀고 메주 으깨기라 했다.

된장찌개 해 먹을 때 너무 짤 것을 우려해서

메주 가루를 섞어 담게 되었다.

메주 가루와 된장을 섞다 보니 뻑뻑해서

잘 안 섞인다.

햇간장을 부으니 물컹하게 잘 되었다.

넣다 보니 맛 욕심이 생겼다.

액젓도 넣고 고추씨 가루도 넣고

심지어 소주도 부었다.


그렇게 처리한 된장을 항아리에 담으니

노출된 윗부분에 벌레도 끼어 쉬 상했다.

김으로 덮고 그위에 소금을 덮어 주었다.




그리하여 장 담그기는 말은

소금물에 메주를 담근다에서 왔고

된장과 간장을 같이 얻는다는 뜻이

담겨 있게 되었다.

물론 간장을 안 뺄 거면

장 가르기를 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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