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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May 04. 2019

강진 - 백운동 별서 원림 15

답사




[조경과 원예]


자연에 인간이 결부되면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

옛 선조들은 그것을 구분해 놨다. 

자연림, 원림 

그리고 원림에 울타리가 있을 때 

내원과 외원으로 구분한다.

별서의 외원에는 북동쪽으로 대나무 숲을, 

그 대나무 숲 위쪽과 대각선 방향인 

남서쪽 입구 길 쪽에 동백나무 숲을

터널처럼 빼곡히 배치했다.

그리고 남서쪽 언덕 뒤로 소나무 군과 

그 밑에 개울가로 단풍나무를 조성했다.

또한 별서 북쪽 울타리 쪽으로는

남은 기록으로 보아 백매화가 

100그루 심어져 있었다 한다.



사시사철 대나무와 소나무는 

푸르름을 준다.

그 바탕 위에 가을이면 단풍이 들어 

개울물에 비칠 것이다.

늦겨울이면 백매화가 

눈을 쏙 빼버릴 정도로 화려했을 것이다.

봄과 여름에는 내원에 

꽃이 한몫했을 것인 바,

모란과 국화 외에도 영산홍을 비롯해 

여러 화초를 가꾸었다 한다.



1단의 연못에 연꽃이 그득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뻘건 금붕어만이 

볼 성 사납게 왔다 갔다 유영하고 있다.

원래 조경과 원예는 시간을 요하는 것이니 

기다려 보기로 하자.



2단은 모란인지 작약인지를 

심어 놓은 화단이다.



3단에는 '취미선방'이라는 

집주인이 기거하는 집이 있다. 

군청에서 새로 지어준 집의 벽이나 바닥은

회나 황토가 아닌 황토색이 나는 

요즘식 마감 처리가 되어 있었다.

시멘트 아닌 것만 해도 다행이다.

멀리 있을 주인 들으라고 

그것에 어떤 재료를 쓰셨냐고 물었다.

즉각 답을 준다. 

인부들이 시멘트와 황토를 

섞어 발랐다 한다.

그리고 마당을 쳐다보고 있을라 치니

그 양반의 한 말씀이 더 들린다.

땅 뒤집기 전에는 마당이 온통 

질경이로 덮여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무덤에나 쓰는 떼(잔디)보다야 

더 낫지요."



취미선방을 새로 지으며 마루를 

계천 담 쪽으로 낸 것은 잘한 일인 듯싶다. 

마루 바로 옆 담 쪽 내원으로는 

화훼가 좀 되어있고 

외원으로는 우거진 숲이 보여 

아늑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석류나무 주황색 꽃이 얼마나 우아하게 

흔들거리며 화려한 환상성을 주던지! 

한 참을 머물러 있었다.



마루 바로 옆에는 수돗가가 있다.

수돗가 아래 자연석 돌확이 

물받이용으로 쓰이고 있다.

자연석이라는 점이 운치를 더 한다.

그 위에 오늘 아침에 채취한 듯 

죽순이 놓여 있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 주인장은 

죽순 반찬에 

생막걸리 한 잔 하시려나 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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